지난 5년간 수도권 아파트값이 2배 상승하는 동안 빌라값은 약 3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는 입지‧관리‧주차‧보안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빌라보다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거주자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아파트로 몰리면서 빌라는 주택시장에서 외면 받아 왔지만, 최근 들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6일 KB국민은행 월간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억946만 원으로 2017년 5월 4억1043만 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동안 97%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 빌라 평균 매매가격은 1억9850만 원에서 2억6354만 원으로 32%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6억708만 원에서 12억7818만 원으로 110% 상승했으며, 경기 아파트는 93%, 인천 아파트는 80%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빌라 '미래그린빌라' 전용면적 63㎡형은 지난달 27일 3억58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2017년 5월 2억5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43% 상승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아파트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형은 지난달 18일 13억4000만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평형이 2017년 5월 6억5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06% 올랐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빌라 '우진주택' 전용 53㎡형은 지난달 2일 3억3000만 원에 매매됐다. 같은 평형이 2017년 5월 2억5500만 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해 29% 상승했다.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아파트 '위시티블루밍5단지' 전용 154㎡형은 지난달 13일 10억5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2017년 5월 5억95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68% 오른 값에 계약이 이뤄졌다.
아파트값이 급등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소득 증가율이 아파트값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수요자들이 아파트 구매를 포기하고 빌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한 투자용 매수보다는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서 ‘일단 내 집 마련을 하고 보자’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 주택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매매된 주택 중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27% 수준에서 4월 45%까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서울은 최근 빌라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어 60%를 웃돌았다. 지난해 12월 62%를 기록한 뒤 △올해 1월 63% △2월 60% △3월 64% △4월 62% 등 5개월째 60%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도권 아파트값이 약보합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하락 폭이 상승분에 미치지 못한 만큼 빌라 매수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