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서유진 진시스템 대표 “가정마다 진단장비 구비하는 시대 올것”

입력 2022-07-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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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 현장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 진스시템 서유진 대표가 이투데이와 만난자리에서 팬데믹 이후의 미래 경영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제공= 진시스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전쟁 같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기술 개발을 폭발적인 수요 때문에 단기간에 완료했죠.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입니다.”

서유진 진시스템 대표는 이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며 이같이 밝혔다. 진시스템은 신속 현장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이다. 기존 분자 진단이 검체 채취, 핵산 추출, 시약 분주, 시약 주입, 진단 장비 가동, 결과분석 등 6단계를 거치는 반면, 진시스템 플랫폼은 검체를 채취해 바이오칩에 주입한 후 진단장비에 넣고 가동하면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1회 검사로 50개 이상 질병 진단 가능

진시스템은 일반적인 진단키트 회사처럼 개별 질병 키트를 제조·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질병 진단을 한 기계(UF-340)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계는 실시간 PCR(유전자 증폭) 시스템으로 한 번의 검사로 50개 이상의 질병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다. 기존 제품이 평균 5~6개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해 효율이 높다.

주요 타깃은 개발도상국이다. 제품 특성상 진단 기기를 구입하면 다양한 질병 검사에 지속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율과 호환성이 높아 새롭게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상황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진시스템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493대의 진단장비를 설치했다. 지역별로는 동아시아(877대), 동남아(205대), 아프리카(170대), 중동(122대), 유럽(83대) 등이다. 매출의 90%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매출액은 2019년 11억 원 수준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덕분에 2020년부터 130억 원 수준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5월 기술성정성기업 특례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서 대표는 지난달 제57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2013년 대한민국발명 특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지 약 9년 만이다. 서 대표는 수입에 의존해 왔던 신속 분자진단 의료기기 보급을 통한 국산화에 기여했으며, 감염 전파 방지 및 감염병 현장진단 대응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 진단키트 진출 모험이었다”

서 대표에게 코로나19 진단키트 진출은 모험이었다고 한다. 플랫폼 기술을 통한 B2B 사업구조를 계획하던 기존 계획과는 결이 달랐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이를 기회로 보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고, 계획보다 이른 코스닥 시장 상장과 함께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

최근 국내 식약처에서 코로나19진단키트(제품명: SMARTCHEK® SARS-CoV-2 Detection Kit) 허가를 받았다. 이는 기존 PCR진단과 기술적으로 차별되는 진시스템 고유의 바이오칩 기반 신속 현장형 분자진단 플랫폼을 적용한, 국내 최초 체외진단 제품이다.

현재 팬데믹 종료 상황(앤데믹)에 따른 단기 매출 축소는 피할 수 없지만, 1회성 판매에 그치는 일반 진단키트사와 달리 전 세계에 공급해놓은 1500여 대의 진단장비를 통해 지속적인 매출 확보가 기대된다. 이를 위해 기기를 경쟁사 대비 80% 저렴한 수준의 가격으로 책정했다. 플랫폼 침투가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서 대표는 실제 다수의 고객사 등에서 다른 질병 진단키트 관련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인도 결핵 진단키트 관련 업체와 업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인도는 결핵 관련 세계 2위 시장이다.

“최대 난관이 시장 진입이었습니다. 우수하고 효율적이지만 신기술이기 때문에 공신력이 부족했죠.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레코드(판매 실적)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국내 식약처서 코로나19 진단키트 허가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집에서 음식물 성분 파악하는 세상

서 대표가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것은 가정마다 ‘진시스템표 진단장비’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음식물을 기기에 넣으면 성분을 표시하도록 하는 기기로, 어린이들의 알레르기 식품 회피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궁극적인 목표’라고 표현한 것은 아직 실현이 먼 구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당면 과제는 팬데믹 상황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다양한 질병 등에 대한 고객을 늘리는 것이다. 타 업체와 다른 점은 기존 진단키트 업체도 진시스템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신속분자진단 CMO(위탁생산)사업으로, 하반기 중 생산 설비 증설을 통해 기반을 확보할 예정이다.

신사업으로는 반려동물 질병진단 POC(현장분자진단) 사업이 있다. 진시스템은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반려견 전용 감염증 진단키트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신속 분자진단 시스템에 대한 동물용 의료기기 제조품목이다.

“현재 동물 PCR진단을 하는 곳은 세계 어디에서도 없습니다. 점차 커지는 동물시장 수요를 선점할 계획입니다. CMO사업은 여러 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우리 플랫폼의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유의미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재확산, 경영계획 수정까지는…

진시스템은 지난해 코스닥 시장 상장 등을 통해 37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 매출액 규모에 비해 넉넉한 규모다. 이를 통해 R&D와 판로 확장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호흡기 19종, 결핵 2종, 모기매개 전염병 6종, 소화기 17종, 대장암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고, 알레르기 유발물질, 반려동물 진단, 호흡기 감염병 5종 동시진단키트 등은 이미 상용화를 마쳤다.

모기매개 감염병 진단키트는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말라리아, 댕기열, 일본뇌염 등을 검사하는 제품이다. 매개체 전파 감염병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0억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사망자도 100만 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비상장사 시절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만큼 추가자금조달이나 새로운 사업을 찾는 대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그간 준비해온 본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세에 대해서는 “기수립한 경영 계획을 수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추가 확장보다는 본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원숭이두창에 대해서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는 긴급성과 심각성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본사업에 큰 영향을 끼칠 이슈는 아니라고 했다. 짧은 이슈보다 기업가치 본연의 상승에 초점을 둘 계획이라고 했다.

“진시스템은 당장 어떤 ‘잭팟’을 터트릴 회사는 아닙니다. 시장 장악에는 시간이 필요하죠. 그러나 점진적인 성장에는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진단기기 플랫폼 기술이 뛰어납니다. 회사와 주주분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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