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새 조립공장 건설
시간당 생산량(UPH) 등 관건
5만~8만 대 단위로 증설 가능
현대자동차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다. 새 공장은 3만 대 단위로 증설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시간당 생산량 확대를 위해 도장설비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완공되면 글로벌 현대차그룹 모든 전기차 생산공장의 ‘모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현대차와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 노사는 29년 만에 국내 신규공장 건설 등을 담은 국내 투자계획에 합의했다.
양측은 울산공장에서 열린 올해 임금협상 15차 교섭에서 세계 자동차산업 전환기 대응과 국내공장 미래 비전, 고용안정 확보를 위한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마련했다.
합의서는 세계 전기차 시장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자 현대차 최초로 전기차 전용공장을 2023년 착공, 신공장 차종 이관 등 물량 재편성과 연계해 기존 노후 생산설비를 단계적으로 재건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는 이번 투자 계획과 연계한 글로벌 수준의 생산 효율 향상과 품질 확보, 차종 이관, 인력 전환 배치, 양산 전 교육, 양산 후 투입 비율 조정 및 시장 수요에 연동한 생산 등 제반 사항에 대한 협의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2025년 새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면 1996년 아산공장 건설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현대차 국내 공장이 된다.
이번 신공장 추진은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의선 회장이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세부적으로 2030년까지 약 8년 동안 국내 전기차 분야에 21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추가로 발표했다. 계획이 실현되면 2030년에는 연간 144만 대의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한다.
올해 국내에서 생산 예정인 전기차 35만대의 4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2030년 글로벌 전기차 목표 생산량이 323만 대다, 이 가운데 144만 대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면 전체의 절반(45%)을 국산 전기차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현대차·기아는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미래 자동차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허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대형 투자 계획 배경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새 공장은 이름 그대로 전기차만 전용으로 생산한다. 이 공장은 적잖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1996년 연산 30만 대 규모의 아산공장을 준공했다, 이후 이곳의 설계도를 활용해 글로벌 주요 거점의 생산공장을 세웠다. 아산공장이 미국은 물론, 유럽과 남미 공장을 건설할 때마다 모태가 된 셈이다. 공장 주요 생산 시스템은 물론 “심지어 화장실 위치까지 똑같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25년 완공 이후 현대차그룹 글로벌 주요 공장의 표본이 되는 셈이다. 현재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공장을 전기차 전용으로 전환할 때 ‘울산 전기차 공장’이 밑그림이 될 예정이다.
1960∼70년대 지어진 기존 생산라인은 단계적으로 재건축해 세계적 수준의 미래형 자동차 양산공장으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다. 이때도 신공장의 설계도가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추진은 일찌감치 물밑작업도 시작했다. 이미 현대모비스가 울산 친환경차 전용공장에서 지난해 상반기부터 관련 부품을 생산 중이다.
2019년 울산 이화산업단지에 착공한 이 공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의 전기차 신차에 대응하기 위한 공장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차 핵심 부품을 울산 1공장으로 보내 아이오닉 5 양산을 뒷받침했다.
현대모비스는 연간 10만대에 해당하는 전기차 핵심부품을 양산하는 한편, 최종적으로 총 5가지 전기차의 핵심 부품 양산을 계획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모비스 울산 신공장 추진을 위해 30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물론, 중국에서 가동 중인 자동차부품 공장을 축소하면서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용 전기차 공장의 구체적인 연간 생산 규모는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주요 생산거점의 전동화 전환의 핵심이 되는 만큼, 3만 대를 기준으로 증설이 가능한 모듈화 공장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생산ㆍ기술직을 신규 채용도 확정했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조합원 다수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매년 2000명 이상 퇴직하면서 신규 채용을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