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 살인·시신 유기·증거 인멸해"
"법행 직후 北 안떠나…동행서도 귀순의사 안밝혀"
"북, 송환요청 안해…자백만으론 국내 처벌 불가능"
"법과 절차 따라 결정…거리낄 것 없어"
"특검·국조, 현 정권 판단 번복도 함께 밝혀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019년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 북한으로부터 먼저 탈북어민 송환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는 점, 탈북어민들이 처음부터 귀순 의사가 없었던 점 등에 대해 17일 일일이 근거를 대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전 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북한으로부터 먼저 이들 흉악범들을 송환해달라는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 다만, 추방할 경우 상대국의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나포된 뒤 동해항까지 오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은 채 뒤늦게 귀순의향서를 제출했다고도 했다. 이들의 귀순 의사 표명 시점이나 방식 등에 비추어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앞서 통일부가 12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우리 당국자들이 해당 탈북민들을 북한 측에 인계하는 모습 등이 담긴 관련 사진들을 공개하고, 대통령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국제법, 헌법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하자 정 전 실장이 입장을 밝힌 것이다. 2019년 당시 정부는 이들에게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가 있다. 귀순에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북송을 결정했다.
또 정 전 실장은 "이들은 범행 후 바로 남한으로 넘어온 것도 아니다. 범행 후 '죽어도 조국에서 죽자'며 오징어를 팔아 도피 자금을 마련해 북한 내륙 자강도의 깊은 산속으로 도망가기로 모의했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범 한 명이 북한 당국에 체포되고, 나머지 두 명은 바다로 황급히 도주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서 우리 해군 특전요원들에 의해 나포돼 압송됐다. 애초 남한으로 귀순 의사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붙잡힌 자들로 탈북민도, 귀순자도 아니다"며 "이들은 제압당할 당시 자포자기한 듯한 태도로 '죽어도 웃으면서 죽자'고 했다"고 전했다.
우리 헌법에 따라 탈북민 또는 귀순자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우리 국내법도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정치적인 중대범죄자는 국제법 상으로도 난민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의 자백만으로는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북한주민이 다른 북한 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흉악 범죄와 관련해 우리 법원이 형사관할권을 행사한 전례가 하나도 없다"며 "이들의 신원, 범죄 내용 확인부터 이들을 처벌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받지 않고 우리 사회에 편입될 경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누가 보호하는가, 이들이 남한에서 끔직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정 전 실장과 이들의 자백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10월 중순 동해 북한 해역에서 어로 작업 중이던 북한 어선에서 선장을 비롯한 동료 선원 16명을 망치와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 범행도구를 포함한 모든 증거물을 바다에 던지고, 핏자국을 바닷물로 씻어낸 후 심지어 페인트칠까지 새로 해서 증거를 완벽하게 인멸했다.
아울러 정 전 실장은 현 정권을 겨냥해 "당시 일부 야당 의원들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며 "아무리 전 정권을 부정하고 싶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여러 부처가 협의해 우리 법에 따라 결정하고 처리한 사안을 이제 와서 번복 하는 것은 스스로 정부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특검과 국정조사 추진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공직자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 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하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현 정부가 기존의 판단을 어떤 이유로 또 어떤 과정을 통해 번복했는지도 특검과 국정조사에서 함께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