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평균 3.1개 스트레스 경험…대상자 4명 중 1명은 '코로나 영향'
자살 사망자들은 자살 전 1명당 평균 3.1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동시에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자살 전 경고신호를 보냈으나, 유족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특히 2020년 이후 심리부검 대상자 4명 중 1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자살의 직·간접적 원인이 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1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두 기관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성인 자살 사망자 801명의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심리부검 면담을 실시했다. 심리부검은 자살 유족의 진술과 기록을 통해 자살 사망자의 심리·행동양상과 변화를 확인해 자살 원인을 추정·검증하는 조사법이다. 자살 원인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유가족들 간 오해·갈등을 해소할 목적도 있다.
주요 분석 결과를 보면, 심리부검 대상자 중 남성이 542명(67.7%), 여성은 259명(32.3%)이었다. 생애주기별로는 35~49세 중년기(33.7%) 비중이 가장 컸다. 고용형태는 피고용인이 310명(38.7%)으로 가장 많았고, 실업자(199명, 24.8%), 자영업자(132명, 16.5%)가 뒤를 이었다. 전체 대상자 5명 중 2명(40.8%)은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이거나 소득이 전혀 없었다.
면담 대상자가 사망 전 경험한 스트레스 사건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1명당 평균 3.1개의 사건을 동시에 경험했다. 주요 사건(중복답변)은 부모·자녀 등 가족관계(60.4%), 부채·수입 감소 등 경제문제(59.8%), 동료관계·실직 등 직업문제(59.2%) 순이었다.
대상자 중 88.6%는 정신과 질환을 진단받았거나,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 연령층에서 우울장애가 82.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상담을 받은 사망자는 대상자의 52.8%에 그쳤다. 연령대별로 청년층은 정신건강의학과를, 노년층은 일반 병·의원을 가장 많이 찾았다.
대상자의 35.8%는 사망 전 과거 1회 이상 자살 시도를 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자살 시도 경험률이 높았다.
특히 심리부검 대상자의 94.0%는 사망 3개월 전 언어·행동·정서 변화 등 경고신호를 보냈으나, 유족의 75.0%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된 위험신호(중복답변)는 감정상태의 변화(32.2%), 무기력, 대인기피, 흥미상실(24.6%), 식사상태 변화(24.4%)였다.
자살은 유족들의 심리상태에도 영향을 미쳤다. 면담 참여 유족 중 95.2%는 사별 이후 일상생활에서 변화를 경험했는데, 그중에서도 심리상태 변화(97.0%)가 두드러졌다. 유족의 83.3%는 우울 증상을 경험했으며, 이 중 60.9%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 상태였다. 고인과 관계가 부모일 때 우울증상, 수면문제가 상대적으로 심각했다. 면담 당시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2020년 이후 자살 사망자(132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선 29명이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가 자살 사망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모두 코로나19 이전부터 직업·경제, 대인관계, 정신건강 등 문제를 겪고 있었으며, 코로나19 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고립, 경제상황(실직·폐업·부채 증가 등) 악화, 정신건강 악화가 장기화하면서 자살로 이어졌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사례 수가 적고 면담 사례의 대표성이 떨어져 코로나19 유행이 자살에 미친 영향을 일반화하긴 어렵다.
정부는 이번 심리부검 결과를 자살예방정책에 활용할 예정이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날 설명회에서 “자살은 당시 문제뿐 아니라 아주 예전부터 쌓인 여러 문제가 복합돼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보고서로 끝나지 않고 지방의 심리부검 전문가들이 자료로 활용해 실제 자살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