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에도 실적상승…하반기 금리인상 등 여건 악화 '성장' 보다 '생존'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카드, 삼성카드, 우리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의 당기 순이익은 총 1조2270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1654억 원)에 비해 5.3%가 늘었다.
지난 1월 금융당국이 연 매출 30억 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내려 신용 판매 부분에서 수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반기 실적 선방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위축됐으나 지난 4월에 거리 두기 조치 완화로 카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난 점도 올해 상반기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업체별로는 명암이 갈렸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412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4% 늘면서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삼성카드와 우리카드도 각각 3159억 원과 1340억 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0%와 10.6% 늘었다.
반면 KB국민카드는 올해 상반기 당기 순이익이 245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8% 줄었으며 하나카드는 1187억 원으로 16.5% 급감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본격적인 거리두기 완화에 보복 소비 심리가 겹치면서 실적 호조가 예상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손실흡수 능력 확충과 취약층에 대한 지원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여신전문회사 CEO와 만나 당분간 무리한 영업 확장이나 고위험 자산 확대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준금리 인상, 경기침체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사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취하라는 메시지다.
카드사들이 막대한 순이익을 낸 은행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영업 자제와 취약층을 위한 금융 지원을 요구받고 있는 점도 관건이다.
최근 늘고 있는 리볼빙에 대한 심각성도 대두되고 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사용대금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 결제액은 일부 이자를 부담하고 다음 결제 때 대금을 상환하는 제도로, 취약층이 많이 쓰며 카드론 등 다른 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다.
금감원은 매월 카드 대금을 나눠서 갚는 결제성 리볼빙 증가 추이가 쉽게 꺾이지 않자 향후 리볼빙이 실제 카드 대금 연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점검을 지속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가계대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결제성 리볼빙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수익을 늘려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금감원은 카드사들이 자체 운영 중인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 활용과 금리인하요구권 제도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어 카드사들의 부담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경기침체 등 경영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성장' 보다는 '생존'을 위한 경영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