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비판 여론에 불을 지핀 인물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과 동생 카일리 제너다.
CNBC, 월 스트리트 저널 등은 25일(현지시각) 카일리 제너가 “인스타그램을 인스타그램답게 만들어라(make instagram instagram again). 틱톡 영상이 아닌 친구들의 귀여운 사진을 보고 싶다”는 글을 작성했고, 뒤이어 킴 카다시안이 이를 인용했다고 보도했다.
카일리 제너의 글이 게시된 이후 인스타그램에는 ‘인스타그램을 인스타그램답게 만들라’는 해시태그로 사진과 글이 여럿 게시됐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청원 서명을 받기 시작했고, 17만 명이 넘는 인원이 이에 동의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은 틱톡 등 숏폼 영상 플랫폼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2020년 ‘릴스’를 통해 숏폼 열풍에 편승했다. 최근에는 전체 화면 모드까지 지원해 틱톡과 흡사한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기존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이 이러한 인스타그램의 행보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해당 비판 글을 쓴 카일리 제너는 여성 최초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3억 명을 돌파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플루언서다. 그의 이부 언니 킴 카다시안 역시 3억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SNS 내 영향력은 막대하다. 일례로 2018년 카일리 제너가 트위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은 이제 스냅챗 안 쓰지 않나? 아니면 나만 안 쓰는 건가... 이건 좀 슬프다”라는 트윗 글을 올린 뒤 스냅챗의 주가가 하루 만에 6% 하락하며 시가총액 13억30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조4000억 원)이 떨어진 바 있다.
이 같은 유력 인플루언서와 이용자들의 반발에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가 직접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영상 중심으로의 발전을 천명했다.
아담 모세리는 카일리 제너가 글을 올린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상을 게시해 인스타그램의 최근 업데이트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전체화면 모드는 테스트일 뿐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며 틱톡과 유사한 사용환경을 조성했지만, 아직 수정될 여지가 있음을 암시했다. 또한, “인스타그램이 사진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며 “영상을 보고, 공유하는 사용자가 늘고 있고,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 맞출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점점 더 영상 중심이 될 것”이라며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우리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의 영상 플랫폼화를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인스타그램이 이를 추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틱톡 등 신흥 숏폼 플랫폼들이 인스타그램 모회사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2004년 설립 후 처음으로 활성 이용자 감소를 경험했다. 반면 틱톡의 미국 내 사용자 수는 1억1000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등 성과를 압박하고 있다. 당장 매출과 이용자 증가 등 성과를 위해서는 숏폼 영상 플랫폼 사업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사업성 측면에서 이해의 여지가 있지만, 기존 사용자의 수요와 반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모세리가 제시한 업데이트 방향에 따라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피드에는 릴스와 함께 알고리즘 의해 노출되는 외부 게시물이 늘어나게 됐다. 사용자 팔로우의 게시물 노출 빈도는 더 줄어들게 된 것이다.
또한, CNBC 등은 최근 ‘미국 SNS 기업이 틱톡 등 중국 기업을 따라 하는 데 혈안이 돼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등 ‘틱톡 표절’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기존 이용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상 콘텐츠를 강화하는 메타의 행보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이용자들과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