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연준 긴축 가속에 상황 달라져
유가 상승에 재정 개선된 사우디는 안정적 유지
제로 코로나에 차입 부담도 커진 홍콩은 불안
사우디의 경우 석유 판매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이 유지되면서 리얄 가치도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달러당 리얄은 3.75리얄 선에 머물면서 2013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리얄 페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과 이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에 한때 무너질 위기도 있었지만, 이후 수요 회복 속에 유가가 상승하면서 다시 안정을 찾았다. 배럴당 100달러 넘는 유가에 힘입어 사우디는 거의 10년 만에 재정 흑자를 달성하고 경상수지는 15% 개선됐다.
에미레이트NBD은행의 에드워드 벨 시장총괄은 “올해 고유가로 인해 사우디의 강력한 경상수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는 페그의 생존력을 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홍콩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연준의 긴축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투자심리는 악화하고 있다.
현재 달러당 홍콩달러는 7.85홍콩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2005년 미국이 설정했던 변동폭 기준(7.75~7.85홍콩달러) 상단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헤이먼캐피털의 카일 배스 헤지펀드 매니저는 “홍콩 시장의 모든 사람이 포트폴리오에서 손실을 봤다”며 “홍콩달러를 매도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홍콩 통화 당국은 5월 이후 지금까지 자국 통화 유동성의 절반을 회수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일부 전문가는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다시 한번 인상하면 홍콩 당국이 추가로 자국 통화를 회수할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세계 곳곳에서 긴축을 펼치는 상황에서 유동성 고갈이라는 또 다른 위기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홍콩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최근 성명에서 “홍콩 페그제는 약 40년 동안 잘 작동했다”며 “홍콩 경제는 미국의 긴축 정책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