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사는 주부 이 모(43) 씨는 방학을 맞은 중학생 딸아이가 햄버거를 사달라고 조르자 인터넷으로 가격을 검색해본다. 지난해 6100원이던 버거킹 와퍼 단품 가격은 이제 6900원으로 올랐다. 비싸진 햄버거 값에 고심하자 딸은 요즘 누가 제값 주고 햄버거를 먹냐면서 롯데온에서 버거킹 치즈와퍼주니어세트(6900원)를 44% 할인한 3800원에 판다고 알려줬다. 4인 가족이 내야 할 금액은 2만7600원이었지만, 이 씨가 e쿠폰을 통해 지불한 금액은 1만5200원이었다.
높아진 외식 물가에 따른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으로 외식업체들이 너도나도 가격 인상에 돌입했지만, 동시에 할인 이벤트를 펼치며 고객 몰이에 돌입했다. 비싸진 가격에 소비자 이탈을 방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e쿠폰서비스 거래액은 3조285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8571억 원)보다 15% 증가했다. 실제 G마켓에서도 7월 e쿠폰 매출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외식 관련 품목인 패밀리레스토랑 e쿠폰 판매가 6배(479%) 가까이 급증했고, 뷔페 이용권도 192% 증가했다. 이외에도 △커피(49%) △음료·빙수(29%) △햄버거(85%)를 비롯해 한식·죽(71%) △베이커리·떡(25%)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G마켓 관계자는 “외식물가가 오르면서 할인가에 외식을 할 수 있는 e쿠폰 판매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G마켓에서는 현재 빕스와 애슐리, 매드포갈릭를 비롯해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폴바셋, 설빙, 백미당, 파스쿠찌, bhc 등의 할인 e쿠폰 기획전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5만 원 짜리 아웃백 외식권을 4만9000원, 빕스 및 TGIF 5만 원권은 4만7500원에 판다. 이외에도 2만 원인 bhc의 ‘뿌링클+콜라 1.25ℓ’ e쿠폰은 1만9100원에, 3만 원짜리 커피빈 교환권은 13% 싼 2만6100원에 판매 중이다.
롯데온에서도 e쿠폰 카테고리를 만들고, 쿠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서는 버거킹을 최대 45% 할인한 e쿠폰을 팔고 있다. 정상가 1만400원에 판매되는 ‘베이컨치즈와퍼+콜라R’ e쿠폰은 42% 할인한 6000원에, ‘텍사스칠리와퍼+와퍼주니어+콜라R2’는 45% 싼 9200원에 판다. 아울러 투썸플레이스 5만 원 상품권은 4만9950원에, 매장에서 3만5000원에 파는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케익은 3만4650원에 판다.
외식업체들의 할인 공세는 e쿠폰 뿐만 아니라 라이브방송과 멤버십 할인 등 전방위로 이뤄진다. 교촌치킨은 지난달에만 네이버와 배민(배달의민족) 쇼핑라이브를 통해 신메뉴 할인에 나섰고, bhc는 지난달 요기요와 카카오쇼핑라이브를 통해 3000~4000원 메뉴 할인전을 열었다. BBQ 역시 BBQ몰과 카카오쇼핑라이브를 통해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굽네는 SK텔레콤 T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요기요에서 6000원 할인 행사를 펼쳤다.
피자 업계도 이벤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최대 2만5000원 할인전을 연 파파존스피자는 내달 5일까지 행사 연장에 돌입했다. 피자헛은 7월 한달간 OK캐쉬백과 최대 45% 할인전을, 미스터피자도 ‘시원한 할인 혜택’ 기획전을 통해 프로모션에 나섰다. 도미노피자는 페이코인 결제시 배달 50% 할인 이벤트와 매주 일요일 프리미엄 피자 40% 할인을 전개하고 있다.
외식업계가 대대적으로 할인에 나서는 것은 최근 원부자재 인상을 이유로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조치와 대비된다. 지난해 말 BHC와 교촌치킨이 후라이드치킨 가격을 각각 2000원(13.3%), 1000원(6.6%) 인상했고, BBQ도 5월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11.1% 인상했다. 굽네치킨는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롯데리아와 맘스터치, KFC, 버거킹 등 햄버거 업체도 연초에 이어 하반기까지 올해만 2차례 인상에 나섰다.
패밀리레스토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CJ푸드빌의 빕스는 오리지널 매장 기준 샐러드바 성인 이용 금액을 평균 6% 올렸다. 원두값이 치솟으며 스타벅스는 연초 주요 음료 가격을 100~400원씩 인상했고, 투썸플레이스와 할리스, 탐앤탐스 등도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커피빈도 판매가를 100원씩 올렸고, 폴바셋과 엔제리너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너도나도 가격 인상에 나서다 보니 '이때다' 하고 외식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소비심리 위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익이 덜 되더라도 많이 팔아야 이윤이 남는 외식 업체들로서는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만 내리기는 어려운 만큼 고객 이탈을 방지하려는 전략”이라고 봤다.
다만,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프로모션은 가격 인상과 무관하게 고객에게 좋은 혜택을 드리고자 하는 의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