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연금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적절한 수준의 노후소득 보장, 직역·세대간 공정한 시스템 확립, 재정적 지속가능성 확보 등을 목적으로 구조개혁과 모수(母數)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은 교육·노동개혁과 함께 윤석열 정부 ‘3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무원·군인·사학연금, 기초연금, 주택연금 등 다양한 연금제도의 기능을 재조정하는 것이고, 모수개혁은 연금의 보험료율과 지급률 조정을 뜻한다. 안 수석은 모수개혁에 대해 “더 내고 덜 받거나, 아주 많이 내고 조금 더 받는 구조”로 설명했다.
연금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 노후생활의 최후 안전판이 연금인데 재원 고갈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금 우리 연금제도는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민연금은 물론이고 공무원·군인연금 등이 모두 문제다. 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서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6년 적립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인구감소와 경제성장률 하락 추세를 감안한 계산이다. 예상보다 빠른 저출산·고령화로 기금 고갈은 더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 또 공무원연금은 2001년부터, 군인연금은 1973년 이후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2020년에만 국가의 재정보전액이 공무원연금 2조5644억 원, 군인연금 1조5777억 원에 달했다.
연금개혁이 발등의 불인데도 지난 정부는 미루고 허송세월했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소득대체율을 45%에서 40%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9%에서 점진적으로 15%까지 올리는 등의 몇 가지 방안을 내놓기는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놓으면서 제도 개선이 물 건너갔다.
연금개혁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든 국민 반발과 여론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의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치할 경우 미래세대의 부담과 고통만 키우게 된다. 연금기금의 운용수익으로 쌓은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내면 그때그때 걷은 보험료로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연금기능을 상실하고 사실상 연금부도 상태에 빠진다.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를 막기 어렵고, 연금 받을 사람은 계속 늘어나는데 보험료를 내는 인구는 줄어든다. 미봉책으로 감당할 수 없는 화급한 과제다. 연금체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정부가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개혁 방안을 빨리 결단하고 국민들을 설득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회 또한 당장의 정치적 타산을 벗어나 기성세대가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구조를 개혁하는 데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당장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부담과 급여에서 국민연금과 크게 불균형 상태인 공무원·군인·사학 등 직역연금의 통합을 위한 공론화와 대안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