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역진성’으로 중소기업 큰 부담
현장애로 12건 및 개혁과제 229건 전달
정부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
#부산 미음산단 위치한 A 풍력 부품업체는 풍력타워 플랜지라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의 지름이 7~8m가 넘어 특수포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음산단에는 입주 규제로 인해 특수포장을 하는 창고업체가 들어갈 수가 없다. A 업체는 8km 떨어진 부산의 녹산산단까지 이동해 이를 포장하고, 다시 수출항으로 운송하고 있어 이중 불편을 겪고 있다.
#경기도 김포에서 수도꼭지와 샤워기를 제조하는 B 중소기업. 이 기업은 수많은 인증을 받기 위해 매년 수수료로 2500만 원을 내고 있다. KC인증, KS인증, 환경표지인증 등 별반 차이 없는 인증 규제들 때문이다. 환경표지인증은 강제조항처럼 지자체 공공기관을 강제하기도 한다. 인증 유효기간도 3년밖에 안 돼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으로 경영에 타격을 입는다고 B 기업 대표는 하소연한다.
1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규제에 대해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와 업계가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를 발굴하고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들은 과도한 규제로 인해 경영 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환경, 입지, 기술인증 등 분야별로 해묵은 규제들이 누적되면서 성장잠재력을 낮추고 있다고 업계는 토로한다. OECD의 ‘2021년 상품시장규제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 수준이 OECD 38개국 중 3번째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규제들은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줬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이 규제에 더 많은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규제의 역진성’ 때문이다. 실제 산업연구원의 ‘2019년 정책과 이슈’를 보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규제에 드는 비용 비중이 컸다. 소상공인들은 규제 비용에 매출액의 11.2%를 사용하는 반면 중견기업들은 2.3%로 동일 규제에 대한 비용차이가 컸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규제비용과 규제적응역량은 기업 규모에 반비례한다”며 “중소기업들이 규제로 인해 경영부담을 대기업보다 많이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관련 단체장과 협동조합 이사장들은 우선으로 환경과 입지, 신고표시, 인증 등과 관련한 규제 12건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기중앙회 전 임직원이 지난 2개월간 전국의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를 담은 229건의 ‘중소기업 규제개혁 과제집’을 정부에 전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규제 대응역량이 낮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늘 229건의 중소기업 현장규제 개혁과제를 전달했는데, 현실에 맞게 규제를 과감히 풀어 중소기업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부처 관계자들은 중소기업계의 건의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얼마나 생산성이 높고 이런 경쟁 체제를 가져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결국 생산성이 높은 경제를 유지하려면 생산성을 높이는 플레이어가 중소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 시장 경제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혁신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결국 규제가 대폭 혁신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정부에 규제 개선을 건의하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규제 혁파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규제혁신 TF 관련 중기부에서 추진하려는 것은 신산업 관련 수많은 허들에 대한 개선방안을 9월 말까지 마련하려고 한다”며 “중기부 정책 R&D 자금 등도 신청절차, 사후관리를 개선해 연말에 정부 보고 후 내년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