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여야 모두 팬덤정치로 상처 받아...공론화 작업 필요”
국민의힘, 내주부터 관련 논의 구체화할 듯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의장단과의 만찬에서 제안한 ‘여야 중진협의체’에 대해 일부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찬성 의견을 밝혔다.
4선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여야 중진협의체에 대해 “법적 기구가 될지 어떻게 될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국회 운영의 원리는 대화와 타협”이라며 “그 원리에 비춰 봤을 때 다양한 여러 채널로 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더 권장해야 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김 의원은 ‘여야 중진협의체’라는 기구를 만들기에 앞서 정치 문화를 개선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 문화가 갈수록 대립적 구도가 된다”며 “이것이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미국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갈수록 강 대 강으로 강력하게 대립하는 대치 구도가 되고 있어서 이런 현상이 전 세계적인 추세인가 싶기도 하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우리의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비공식적 통로를 통해서 서로 대화 창구가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결국, 제도도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로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여야 소통의 부재한 이유로 ‘팬덤정치의 문제’를 꼽았다. 그는 “팬덤에 사로잡히고 거기에 눈치 보고 정치인들이 어찌 보면 소신과 철학보다는 자신의 어떤 안위 이런 데 마음이 좀 더 사로잡힌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독일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 눈여겨봤던 제도 중 하나가 ‘원로회의(Ältestenrat)’였다”며 여야 중진협의체 설립에 찬성했다.
안 의원은 “2020년 8월에 코로나19 대책에 반대하는 극우세력 수백 명이 독일 연방의회 계단을 점거하는 사태가 있었다”며 “이때 원로회의가 긴급 소집되어 소모적 논쟁을 방지하고 빠르게 해결안을 도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팬덤 정치로 인해 정당 민주주의가 상처받고 있다”며 “툭하면 마비되는 국회의 운영도 국회의장단과 교섭단체라는 현재의 제도만으로는 더욱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극렬한 팬덤정치로 정치적 의사 결정과정이 왜곡되는 현상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현실에 맞는 방안을 찾기 위한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여야 중진협의체의 범위를 넓혀 “각 당에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초선의원들, 청년정치인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이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여야 중진협의체를 구체화한 만큼 여당 내에서도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내일 아침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가 있을 것 같다”며 “정식으로 의제가 올라오지 않는다 해도 이런 부분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과정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