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유통업체들이 너도나도 ‘물가 안정’을 외치며 할인에 나선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종합 식품업체들은 온라인몰에서 자사 제품 파격 세일에 나서는가 하면, 대형마트들도 대규모 프로모션에 돌입한다. 고가 논란의 치킨업체도 빠질 수 없다. 치킨값이 3만 원이 돼야 한다는 BBQ는 물론 교촌치킨, bhc 등도 자사앱 할인이나 카카오톡 친구 맺기, 요기요 할인 등의 이벤트를 연다.
햄버거 업체는 한술 더 뜬다. 버거킹은 최근 롯데온에서 최대 45% 저렴하게 쿠폰을 팔더니, 최근 불고기와퍼와 와퍼 등을 2개 80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할인 폭은 최대 46%다. 롯데리아 역시 이커머스에 쿠폰을 싸게 팔고, 점심시간 20~30% 할인 판매 이벤트도 종종 연다.
대형 피자업체들을 이용할 때 제값 내고 사면 바보 소릴 듣는다. 피자헛과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의 통신사 할인은 기본이고, 요일 할인에 방문 포장 시 최대 60%까지 할인에 나설 정도로 이벤트가 많아 따로 공부가 필요할 정도다. 프랜차이즈 커피업체도 빠질 수 없다. 이들 역시 통신사 할인과 커피·조각케익 세트 묶음 할인에 나서고 있고, SPC삼립은 ‘파바데이’, ‘31데이’, ‘SKT T DAY' 등 각종 이름을 붙여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식품·외식업계의 할인 이벤트는 사실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선 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물가 안정’을 내세우며 프로모션에 나선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왠지 얄밉다. 아무리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고 하지만, 이들 역시 물가 상승의 주범이 아니던가.
‘허리띠 졸라매기’보다 ‘비용 부담 전가’를 선택한 결과는 달콤하다. 올해 2분기 대다수 식품업체들은 호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 영향이 컸다며, ‘가격 인상’에 따른 효과는 애써 감추려 한다. 24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농심은 곧바로 추석 이후 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고물가로 늘어난 부담에 가계부 앱을 내려받고 할인을 검색해본다. 50% 할인 쿠폰 구입에 성공하고, ‘유레카’를 외친다. 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배고픈 원숭이에게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를 제안했더니 좋아했다는 ‘조삼모사’에서 원숭이가 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