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구권 제재에도 끄떡없어…석유 공급, 우크라 침공 전 필적

입력 2022-08-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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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7월까지 석유·가스 판매로 970억 달러 손에 쥐어
7월 정제품 하루 740만 배럴 수출. 연초와 큰 차이 없어
미국·EU가 수요 줄였지만, 중국·인도·중동이 나서서 구매
구매자 이름 누락 등 제재 허점 노린 경우도

▲러시아 사할린 프리고로드노예항 인근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지난해 10월 29일 유조선이 화물을 싣고 있다. 사할린/AP뉴시스
러시아가 서구권의 제재에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과 거의 같은 양의 석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유가가 오르면서 수요가 늘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들어 7월까지 석유와 가스 판매를 통해 970억 달러(약 131조 원)를 손에 넣었다. 이 중 약 740억 달러를 석유가 차지했다. 또 7월 원유와 휘발유, 경유 등 정제품을 하루 740만 배럴 수출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기 전인 연초에서 불과 60만 배럴 감소에 그친 수준이다.

러시아는 올해 수출로 월평균 200억 달러 상당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추락한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했던 지난해 기록한 146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엘리나 리바코바 IIF 차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을 “러시아가 현금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고 표현했다.

세계 주요 소비국들이 계속 값싼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그림자인 에너지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WSJ는 꼬집었다. 러시아 경제를 제재로 무력화하려는 서방의 시도가 사실상 아무런 소용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몇 주간 배럴당 100달러 선에 머물면서 전쟁 초반 기록한 130달러 선에서 내려왔지만, 겨울철을 앞두고 추가 반등 조짐도 보인다.

과거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임원이었던 세르게이 바쿨렌코는 “세계는 석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하루 750만 배럴의 러시아산 석유와 정제품을 막을 만큼 용감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WSJ는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줄이긴 했지만, 남은 물량들이 전쟁 어느 편에도 서지 않던 아시아 국가들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대중국 원유 수출국 1위에 올랐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 거의 제로였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하루 약 100만 배럴까지 급증시켰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산유국이 몰린 중동이 뜻밖의 고객으로 부상했다. 컨설팅기업 크리스톨에너지의 캐롤 나클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는 석유를 정제하는 것보다 외부에서 가져와 판매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이는 세계 시장에 공급을 늘려 가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서방의 느슨한 제재도 러시아가 숨통을 트게 도와준 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 국영 석유개발업체 로스네프트의 고객사들은 유럽연합(EU) 제재를 피해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기 위해 인력을 두바이나 싱가포르로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또 무역상들에 따르면 러시아 항구에 적힌 출항 서류엔 종종 석유 종착지가 적혀 있지 않거나 운송자 이름이 빠지는 등의 꼼수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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