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IMF 구제금융 받는 신흥국 위기와 비슷”
파운드화, 내년 사상 첫 ‘패리티’ 전망
파운드·달러 환율은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1.14달러 선까지 하락하며 1985년 이후 3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분적으로 강달러가 영향을 미쳤다. 최근 미국 달러화 강세의 부작용으로 유로화와 엔화 가치도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영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가 훨씬 크다고 WSJ는 설명했다. 영국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에너지 위기 등 온갖 위험에 동시에 직면해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영국 물가상승률이 22%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대로 물가가 오른다면 영국 경제는 3.4%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화가 내년 사상 처음으로 달러화와 가치가 동등해지는 ‘패리티(Parity)’ 상태가 되거나 아예 패리티가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크 다우딩 블루베이애셋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패리티 상태를 전망하며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신흥국 시장 위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ING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7월 매도한 영국 국채 가치는 165억 파운드(약 26조 원)에 달한다. 2018년 7월 이후 최대 규모다. 국제 투자자들은 영국 주식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큰 상황이다. 금리 인상에도 파운드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있다.
달러화에 대해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달 4.6% 떨어졌다. 이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국민투표 충격에 휩싸였던 2016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반면 영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808%에서 2.880%로 오르며 1990년 이후 최대 월별 상승폭을 기록했다. 애덤 콜 RBC캐피털마켓 수석 통화 전략가는 “금리와 환율의 상관관계 붕괴는 영란은행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다”며 “신흥국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