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포함해도 격차 존재해
현대차 내수보다 수출에 주력 중
수입차도 BMW가 벤츠 앞질러
1위 현대차, 2위 기아로 굳어졌던 국산 승용차 판매순위가 처음으로 뒤바뀌었다. 승용차 기준, 기아는 지난달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의 국내등록 대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다만 각 제조사가 내수와 수출 비중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내수판매 순위는 뒤바뀔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등록현황을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달 총 3만7371대의 승용차를 판매해 국산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현대차의 승용차 등록 대수는 2만6613대에 그쳤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국내 등록 대수(9380대)를 포함해도 현대차 승용차 판매는 3만5993대에 머물렀다. 승용차 기준으로 기아가 현대차 판매를 약 1400대 앞선 셈이다. 기아가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의 승용차 등록 대수를 앞지른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기아의 신차 효과도 이런 실적을 뒷받침한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커다란 ‘신차 슈퍼 사이클’을 맞았다. 각 브랜드의 주력 차종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풀모델 체인지를 쏟아냈다.
현대차는 그랜저를 제외한 주요 모델이 2019~2020년 사이에 신차로 거듭났다. 기아는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주력 모델을 모조리 교체했다. 상대적으로 기아의 신차 효과가 여전히 지속 중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8월 누적 등록 대수는 기아가 31만5237대로,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34만8080대)에 뒤진다.
나아가 이번 통계에는 승용차를 기준으로 작성됐다. 상용차로 구분되는 현대차 포터를 비롯해 MPV인 스타리아는 통계에서 제외했다. 이 밖에 버스와 트럭, 대형 상용도 통계에서 빠졌다. 전체 판매를 따져보면 여전히 현대차가 기아를 크게 앞서고 있는 셈이다.
8월 현대차 국내 판매는 4만9224대, 기아는 4만1404대로 여전히 현대차와 기아의 경차는 현대차가 약 8000대 앞서 있다.
또 내수판매 실적은 각 브랜드의 경영전략이 담겨있어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야 한다.
예컨대 현재 대기기간만 1년을 훌쩍 넘어서는 투싼 하이브리드 내수용 모델을 현대차가 집중적으로 생산한다면 기아와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릴 수 있다. 그러나 내수보다 마진이 높고 수익성이 큰 수출 시장을 겨냥해 생산전략을 짜고 있는 만큼, 내수 판매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한편 수입차 시장 역시 최다 판매 브랜드를 두고 벤츠와 BMW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다. BMW는 지난달 무려 7305대를 신규 등록시키며 5943대에 그친 벤츠를 크게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등록 대수는 벤츠 5만627대·BMW 5만349대로, 두 브랜드의 차이가 300대가 채 되지 않는다.
BMW 판매량이 최근 상승세를 보여 올해 BMW가 벤츠를 제치고 2015년 이후 7년 만에 수입차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여기에도 각 수입사의 판매전략이 숨겨있다. 조만간 주력모델이 선보이면 현재 보유 중인 재고물량을, 즉 조만간 구형 모델이 될 신차를 대대적인 할인한다. 이럴 때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단순하게 몇 개월 판매 추이를 두고 시장 추이를 예견하기 어렵다”라며 “각 제조사가 보유한 생산능력, 즉 공장 가동률과 생산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판매 역전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