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태풍 속 전장ㆍ로봇 등 ‘미래먹거리 5총사’로 수출부진 타개

입력 2022-09-07 18:37수정 2022-09-0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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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수출 패러다임 전환…글로벌 위기 '정면돌파'

산업계가 수출 부진을 타개하고자 전장사업, 로봇산업, 방산, 원전, 바이오시밀러 등 미래 먹거리 5총사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장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다른 주요 기업 역시 로봇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적극 육성 중이다. 한동안 암흑기가 이어졌던 원전ㆍ방산업계 역시 최근 수주가 이어지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바이오 업계는 매년 수출을 늘리며 핵심 먹거리 역할을 톡톡히 할 계획이다.

전장사업 M&Aㆍ업계 협력 등 기술 고도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LG전자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장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인수한 미국 자동차 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나섰다. 하만은 전장 기술과 관련한 유력 스타트업을 꾸준히 인수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최근 차량 내 승객의 상태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캐레시스(CAARESYS)를 사들였다. 캐레시스는 소형 RF 레이더로 생체 인식을 통해 차량 탑승자의 위치, 건강 상태를 감지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하만은 올 초 독일 AR(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아포스테라를 인수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아포스테라는 자동차용 헤드업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업체 등에 AR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하만은 사물 간 통신(V2X) 기술을 보유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사바리도 인수했다. V2X는 자동차가 유무선망을 통해 다른 차량과 모바일 기기, 도로 등 사물과 정보를 교환하는 기술이다. 신호등과 같은 교통 인프라와 전방 교통 상황 정보를 차량에 전달하는 자율주행차 인프라의 중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하만은 이들 기업의 솔루션을 통해 소비자 중심의 강력한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운전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LG전자의 전장 사업을 이끄는 VS사업본부는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 수주금액은 8조 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인 60조 원의 13%를 넘어섰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은 크게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헤드램프(조명) △파워트레인(모터ㆍ인버터) 분야로 나뉜다. 인포테인먼트는 VS사업본부가 직접 맡고 조명과 파워트레인은 자회사인 ZWK,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이 각각 담당하고 있다.

LG전자 전장 사업의 흑자전환은 벤츠, BMW, 혼다 등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고성능 텔레매틱스 대형 수주가 이끌었다. LG전자는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강화와 공급망 관리 고도화를 통해 수요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재용 240조 투자 예고…주요 기업 일제히 뛰어든 로봇 사업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서비스 로봇 '달이(DAL-e)'.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로봇산업 역시 다음 세대 수출 주도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사실상 재계 주요 기업 모두 로봇 산업에 뛰어든 상태다. 초기 진입분야와 지향점에 작은 차이가 존재할 뿐 하나같이 로봇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점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로봇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은 향후 3년 동안 로봇·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주총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신산업 발굴의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출발은 웨어러블 로봇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용화가 가장 빠른 만큼, 초기 시장의 주도권을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1년여 사이 개발자는 물론 영업 및 마케팅 인력도 10배 이상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투자를 공언해 연구개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면 현대차그룹은 세계 선두권 기업을 인수하면서 단박에 시장 선두에 올라섰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신사업의 핵심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한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선 미래차 시대 신속한 소프트웨어(SW)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SW 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핵심 인재 양성 및 영입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과 현대차가 각각 웨어러블과 2족보행 로봇을 시장으로 관련 산업에 뛰어들었다면 LG그룹은 디지털과 첨단기술을 앞세워 AI(인공지능)와 5G 통신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다.

나아가 생산라인을 따라 최대 30㎏의 자재를 이송할 수 있는 고공 컨베이어와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AGV)은 이미 양산에 성공, 주요 생산설비에 활용 중이다.

수출 ‘축포’ 터뜨린 방산업계…기술력으로 경쟁력 확충

▲K9 자주포 (사진제공=한화디펜스)

한화를 중심으로 K방산은 최근 폴란드에 대규모 수출에 성공하며 축포를 터뜨렸다. 이제는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이라는 목표로 정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ㆍ러시아ㆍ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수출국 진입으로 방위산업을 전략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 방산 수출량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상위 10개국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국내 방산업체는 지난달 27일 폴란드와 약 20조 원대의 기본계약(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체결에 이어 지난 26일 역대 최대 수출액인 7조6000억 원대의 1차 본계약(K2, K9)을 체결했다

이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최근 국내 방산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로 군용 로봇을 낙점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군용 로봇 시장이 오는 2030년 4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는 무인수색차량, 정찰 로봇, 폭발물 탐지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보병용 다목적 무인차량은 고위험 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무거운 전투 물자를 운반할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기관총을 탑재해 교전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또 한화디펜스는 SG(Smart Grenade)라 불리는 초소형 자폭 로봇도 개발했다. 좌우에 달린 고무바퀴를 이용해 빠르게 움직인 뒤 건물 내부나 엄폐물 뒤에 숨어 있는 적을 발견하면 최루탄 또는 고폭탄을 근접거리에서 작동시킬 수 있다.

현대로템도 오는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대테러 작전용 다족 보행 로봇을 개발에 착수했다. 2024년 하반기에는 실제 군에 시범 배치할 예정이다. 다족 보행 로봇은 4개의 다리를 통해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 임무에 맞게 로봇팔, 원격 무장 체계, 최루가스 살포기 등을 탈부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LIG넥스원은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웨어러블 로봇은 일명 ‘입는 로봇’으로 인체에 옷처럼 밀착돼 움직임을 보조한다. 하체 장애가 있는 사람도 일반인처럼 걸을 수 있고, 무거운 물체를 들거나 반복 작업을 수행할 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집트 수주로 원전업계 회복 신호탄…유럽까지 노린다

▲UAE 바라카 원전 전경. (사진제공=한국전력)

‘수주난’에 시달리던 원전업계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산업 회복의 신호탄을 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집트 엘다바 프로젝트는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한 총 40조 원 규모 사업이다. 이중 우리나라는 3조 원 규모의 터빈 건물 건설, 원전 기자재 공급 등을 추진한다. 2023년 8월부터 2030년까지 공사에 참여한다.

국내 원전업계가 해외에서 조 단위 일감을 수주한 것은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무려 13년 만의 일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이집트 엘다바 건설사업의 주 시공사 역할을 맡는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분야 전체 협력사는 806곳에 달한다. 국내 기업 부품이 다수 공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전 업계가 입을 '낙수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사 역시 시공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시 궤도에 오를 원전사업을 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은 최근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해체 및 사용 후 핵연료 등으로 사업 영역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재 한수원과 우리 정부는 '팀코리아'를 구성해 8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이번 이집트 원전 일감 수주가 유럽에서의 원전 수주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체코 원전 프로젝트 우선 협상 대상자는 올 연말 결정된다.

원전업계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2030년까지 10기 이상 원전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의약품 수출실적 해마다 ‘쑥쑥’…바이오시밀러 역할 ‘톡톡’

▲셀트리온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셀트리온)

바이오헬스 산업이 우리나라의 핵심 먹거리로 떠올랐다. 이를 증명하듯 의약품 수출실적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수출액은 11조3642억 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치를 재차 경신했다. 이는 전년(9조9648억 원) 대비 14.0% 증가한 규모다. 2017년에는 5조 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의약품 수출실적은 해마다 늘어나며 최근 5년간 25.4%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바이오시밀러는 의약품 수출실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상위 10개 품목을 살펴보면,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가 1ㆍ2ㆍ3위를 나란히 꿰찼다.

이렇게 셀트리온이 생산한 바이오시밀러를 독점 판매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난해 수출실적은 1조80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의약품 수출국 역시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활약하는 유럽(독일)이 17억7094만 달러로 1위, 미국이 10억9726만 달러로 2위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의약품 수출은 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의약품 수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30억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43억5000만 달러로 보건 산업 분야 중 수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바이오의약품(16억8000만 달러)과 백신(7억8000만 달러)은 전체 의약품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부는 글로벌 바이오헬스 중심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및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지난해 10월 바이오헬스 규제 혁신로드맵을 발표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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