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대만 포함에 중국 발끈 우려
한국, 미국 기업에 경쟁 우위 넘어갈까 불안도
일본, 한국과의 갈등도 걸고 넘어져
칩4는 미국이 주도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위한 대화 기구다. 4개 참여국인 미국, 한국, 일본, 대만의 정부와 기업들이 칩4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 안보를 위한 논의는 물론 인력 개발, 기술 연구 그리고 보조금 등과 관련된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칩4 계획이 수립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4개국은 예비회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당초 8월 말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달 초, 다시 중순으로 계속 연기돼왔다.
중국의 보복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개별적으로 반도체 관련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칩4라는 다자적 접근으로 중국 압박에 나선 것인데, 이미 중국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7월 “칩4는 차별적이고 배타적”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전 세계 IT 제품 생산의 40%를 차지하며 핵심 부품과 원재료의 원천이다. 한국과 일본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삼성전자는 칩4가 이뤄지더라도 중국의 이해를 구한 뒤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같은 맥락에서 칩4에 대만이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부 차원에서 대만을 포함하는 공식 그룹에 참여하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항하는 것으로 보여 중국의 거센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FT는 한국 일각에서 미국이 칩4 이니셔티브를 이용해 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자국 기업에 경쟁 우위를 제공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도 지적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삼성과 대만 TSMC 간의 관계처럼 반도체 대기업들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인데, 기술을 공유하도록 요청을 받는 상황이 되면 경쟁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자국과 한국 간 긴장을 문제 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양국 간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칩4에 참여하면 활동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2019년 역사적 갈등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중단했다.
미국에선 한국의 칩4 참여 여부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작 니카흐타르 전 미 경제안보 관리는 “한국이 효율성을 기준으로 칩4 참여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면서도 “다자 동맹은 모든 참여자가 동시에 같은 욕구를 가질 때에만 작동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니카흐타르는 “한국은 남북 갈등에서 중국의 위치 등의 문제까지 함께 고민해야 해서 미국, 일본보다 중국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대만도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재료의 많은 양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황이어서 이들이 칩4에 동참할 수 있다는 건 어려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