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를 둘러싼 악재가 겹치며 올겨울 가스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에너지 무기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고, 한국의 최대 가스 수입국인 호주는 수출 제한을 검토 중입니다. LNG에 전력 생산과 난방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유럽은 이미 가스 대란이 현실화할 조짐이 보이는데요. 한국도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게 될까요?
이 같은 방안은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에 공급하는 에너지를 크게 제한하면서 나온 것입니다. 에너지 절약에 나선 유럽 명소는 비단 에펠탑만이 아닙니다. 독일 베를린도 올여름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와 유대인 박물관, 전승 기념탑 등 시내 주요 명소의 야간 조명 시간을 단축했습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유럽 경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유럽 곳곳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폐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은 액화천연가스(LNG)에 난방을 크게 의존하는데요.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가스대란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유럽 각국은 수입처를 다변화하면서 겨울철 가스 확보 경쟁에 나섰는데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국제 천연가스 가격 수준은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유럽의 가스 확보 경쟁이 아시아 시장의 가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겁니다. 유럽의 가스대란 위기가 더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게 된 셈입니다.
호주 불공정거래 규제 당국인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자국 동부 해안지역의 내년도 가스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내수 물량 확보와 LNG 수출 제한 조치를 정부에 공식 요청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수출이 제한될 경우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국가 간의 LNG 물량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필요 물량을 조기에 확보함으로써 겨울철 에너지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수급 관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현물구매·해외지분투자 물량 도입 등을 통해 필요물량을 조기에 확보하고, LNG 대신 액화석유가스(LPG)를 일부 공급해 LNG 소비량을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필요할 때 민간 LNG 직수입 사에 대한 수출입 규모·시기 등의 조정 명령을 통해 수급 안정화 조처를 한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가스를 비싸게 사 올수록 국내 가스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도시가스 요금이 이미 전년 대비 18.4% 오른 가운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이 추가 인상될 전망입니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내달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세부 인상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는 LNG 가격 급등에 따라 원가보다 싸게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규모 미수금이 쌓여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고물가로 인해 민생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가스요금 인상은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올겨울 가스대란 위기에 가스요금 인상까지 러시아발 천연가스 악재가 켜켜이 쌓이고 있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