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 돌파를 눈앞에 둔 원ㆍ달러 환율에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달러당 최고 1399원까지 치솟으며 1400원을 넘길 기세였던 환율은 외환 당국의 고강도 개입으로 1380~1390원대를 오가고 있다.
19일 마감 기준 원ㆍ달러 환율은 1393.60원으로 전날보다 5.6원 올랐다. 급등하는 환율을 막기 위해 외환 당국은 올해 들어 5차례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그런데도 환율 상황이 여의치 않았는데, 16일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달러 환율이 떨어졌다. 이는 외환 당국의 실 개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또다시 달러당 1390원대로 환율이 상승하면서 1400원대 돌파 전망이 나온다. 달러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달러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핵심은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이다. 9월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진다면 환율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6월 정점으로 내려오고는 있으나 연준 통제의 핵심 영역인 핵심물가 및 기조적 물가압력이 8월 중 다시 높아졌다”며 “9월에는 75bp(0.75%p)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핵심물가 상승률이 수 개월간 연속적으로 둔화하는 흐름이 관찰되거나, 그러한 전망에 대한 신뢰가 확대되는 것이 연준 금리 인상 감속을 정당화할 조건”이라고 했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연준은 지난 6월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수준을 3.4% 수준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로, 이달 FOMC에서 금리를 075bp 이상 인상해야만 6월 점도표가 제시한 수준에 가까워진다.
향후 발표될 점도표에서 6월 점도표보다 더 높은 금리 수준 전망이 나온다면, 향후 미 연준 금리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 연준의 긴축 정책이 완화되지 않는 이상 달러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원화 강세를 이끌 요소가 현재로써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준은 물론 중간선거를 앞둔 행정부도 물가 안정이 최대 과제이기에 달러 강세 기조를 용인할 전망”이라며 “유로존, 일본 등 자원 수입국은 통화가치 약세와 맞물린 수입물가 상승, 무역수지 악화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고려하면 대내외 모두 원화 강세 재료는 부재하다. 7월 경상수지에서는 상품수지가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8월 무역수지가 월간 기준 최대 적자를 기록한 점으로 고려하면 8월 전체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원ㆍ달러 환율 역시 레벨 부담에 따른 속도 조절은 있겠지만, 유의미한 방향성 전환은 겨울철 유로화 약세 심화와 맞물려 연말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연구원은 연내 환율 상단 전망을 1450원으로 상향했으며 1차 저항선은 1420원으로 판단했다.
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향후 연준의 금리 정책에 따라 코스피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석환,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강도 높은 긴축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라며 “강달러 기조 지속으로 외국인 매물 출회 확대, 장중 중국 증시 약세 흐름 등이 지수 상승에 제한을 준다”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에 따라 전 세계 통화가 약세를 보여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 중국, 유럽, 영국 등 주요국가 통화에 눈독을 두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일본 엔화는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며 엔화 투자를 노리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엔저 흐름이 지속한 지난 7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엔화 예금 잔액은 6000억 엔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4967억 엔과 비교하면 1000억엔 가까운 돈이 몰려들었다. 파운드와 위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상현,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과 영란은행 통화정책 이후 파운드화 가치를 주목해야 한다”며 “달러화 추가 강세와 함께 파운드화의 추가 약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또한, “위안ㆍ달러의 7위안 방어도 주목되는 이슈”라며 “중국 정부가 7위안을 쉽게 용인할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지도 원화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