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준 ‘자이언트스텝’에도 금리 동결…달러·엔, 24년 만에 145엔 돌파

입력 2022-09-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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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금융완화도 유지…추가 완화 조치 의향도
일본은행 총재 “우리 정책 목표는 환율 관리 아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 본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일본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계속되는 긴축과 급격한 엔저에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달러·엔 환율이 24년 만에 145엔을 돌파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2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상한선 없이 필요한 만큼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도 이어간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필요하다면 추가 완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연준이 전날 6, 7월에 이어 세 번 연속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 이는 엔화에 대한 매도세로 이어졌다.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99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45엔을 넘었다.

엔화 가치의 추락에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환율이 통화정책의 목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행의 정책 목표는 환율 관리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2%라는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단기적인 기준금리 인상안은 애초에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비둘기파 방침을 정당화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저성장의 늪에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저금리 정책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엔저로 수입 비용이 계속 높아지는 데 연준이 긴축을 지속하고 일본은행은 금리를 동결한다면 엔화 약세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일본 물가상승률이 5개월 연속 목표 수준인 2%를 웃돌면서 디플레이션 탈출에 긍정적 신호를 줬지만, 가계에 미칠 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다. 8월 일본의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소비세 영향을 제외하면 30여 년 만의 최대 폭 상승이다.

구로다 총재도 이를 의식한 듯 “외환시장이 일본의 경제 활동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충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여전히 일본은행은 최근 물가 상승은 임금 인상을 수반하지 않은 일시적인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며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치를 안정시키는 것보다 저금리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경기를 자극하는 것을 앞에 놓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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