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 줄줄이 미국행...美 ‘에너지 위기’ 반사이익

입력 2022-09-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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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산업 공동화’ 심화 불안
미국, 상대적으로 에너지 가격 안정적
바이든 정부 ‘인플레 감축법’도 이전 부채질

▲프랑스 유리생산업체 듀라렉스 공장에서 7일(현지시간) 직원이 일하고 있다. 랴샤펠생메스망/AP연합뉴스
유럽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이동하고 있다. 유럽 에너지 가격이 무섭게 치솟으면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폭적 지원에 나선 것도 기업들의 이전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럽 산업 공동화가 심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에너지 집약 산업인 철강과 화학,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화학업체 OCI는 유럽 내 암모니아 생산을 줄이는 대신 미국 텍사스주 공장 확장에 나섰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도 최근 독일 공장 2곳 생산량을 줄이고 텍사스 제철소에는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덴마크 귀금속 기업 판도라와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 역시 미국 사업 확장을 발표했다.

미국 경제도 살벌한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망 혼란 여파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한 덕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이다.

더구나 미국 정부는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지상과제로 삼아서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혜택을 몰아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제조 및 재생에너지 업체에 투자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기업 환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악화하면서 미국의 매력은 더 올라갔다.

유럽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미국행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 공백을 미국, 캐나다, 카타르 등 다른 생산국이 메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2024년까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면서 유럽 제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내화물(고온에 견딜 수 있는 비금속 재료) 기업 RHI마그네시타의 스테판 보가스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두 번의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에너지 비용이 낮아지거나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지 못하면 회사들이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비료업체 야라인터내셔널의 스베인 토르 홀세터 CEO도 “에너지 비용이 높고 인센티브는 적은 환경에서 유럽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결과적으로 유럽 일부 산업은 영구적으로 생산시설을 재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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