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선 고비용에 기업이 생산주문 거절
노르웨이 수출 제한에 핀란드·스웨덴 등 맹비난
“가스 배급제 실시할 처지 놓일 수도”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ICE 에너지지수를 인용해 올해 유럽 내 가스 비용이 미국에서의 비용보다 7배 더 많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치솟는 가스 비용이 이미 유럽 각국서 경제적 혼란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46% 폭등했다. 물가를 버티지 못한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무역흑자도 감소세다.
독일 플라스틱 제조업체 코베스트로는 최근 유럽 대신 아시아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은 에너지 가격이 내리지 않으면 독일과 동유럽에서 남서부로 생산거점을 재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베스트로의 마커스 스텔만 최고경영자(CEO)는 “독일이나 유럽 시장보다 아시아 시장에서 20배는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당국이 파산 직전인 독일 최대 가스 판매업체 유니퍼를 국유화하면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것에도 불만을 품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프랑스도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다. 프랑스 대표 유리제조사인 듀라렉스는 주문이 늘고 매출도 많아졌지만, 현 가격으로 계속 생산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향후 5개월간 생산을 보류하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주 BFM TV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에너지 비용을 진정시키고 있으니 중소기업들은 ‘미친 가격’에 계약을 새로 체결하지 말라”고 촉구했지만, 특별한 대안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독일과 영국, 체코 등에선 시민이 전기요금 인상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높아진 에너지 요금은 사회의 화약고”라며 현 상황을 경계했다.
유럽 내에서 균열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유럽 주요 천연가스 생산국인 노르웨이가 자국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자 덴마크와 핀란드, 스웨덴 등 이웃 국가들이 일제히 비난했다. 핀란드 국영 전력업체 핀그리드는 성명에서 “매우 이기적인 행동이자 민족주의 행동”이라며 “우리가 협력하지 않으면 러시아를 도와주는 꼴”이라고 반발했다.
타티아나 미트로바 컬럼비아대 세계에너지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올겨울 유일한 해결책은 수요 측면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가스 배급제를 피하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유럽은 서로 다른 옵션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좋은 시나리오가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유럽 상황은 오일쇼크에 휩싸였던 1970년대보다 더 나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