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고용률, 물가 상승률 상관관계 분석…산술적으로 올해 40만 명 고용 충격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포인트(P) 높아지면 취업자는 14만 명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압박에 기업들이 인력을 감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지가 27일 통계청 데이터를 토대로 2000~2021년 고용률과 물가 상승률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고용률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0.01)에서 물가 상승률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상관관계 분석에는 피어슨 상관계수를 활용하는데, 이 계수는 –1과 1 사이에 위치한다. -0.5보다 작으면 반비례 관계가 강하고, 0.5보다 크면 정비례 관계가 강함을 뜻한다. 고용률과 물가 상승률은 피어슨 상관계수가 –0.6에 달했다. 키와 몸무게(0.7~0.8)의 정비례 관계만큼 반비례 관계가 크단 의미다.
다른 요인들을 배제하고 물가 상승률이 고용률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분석(회귀분석)한 결과, 물가 상승률이 1%P 상승할 때 고용률은 0.33%P 하락했다. 15세 이상 인구 규모를 모수로 놓고 단순 계산하면 물가 상승률이 1%P 오를 때 취업자는 14만 명가량 증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6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4.8%에서 5.2%로 0.4%P 상향 조정했다. 전망대로라면 지난해 상승률(2.5%) 대비 2.7%P 높아지게 된다. 지난해와 올해 물가 상승률 차이를 고려하면, 통계상 올해 취업자는 물가 단일요인으로 인해 40만 명가량 줄어들게 된다. 취업자 수 증가세는 둔화세로 꺾인 지 오래다. 이미 고물가 영향이 고용통계에 반영됐을 수 있다.
특히 올해엔 고물가가 주로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에 기인한 만큼, 예년보다 그 충격이 클 수도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물가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며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압박도 있고, 임금도 대기업 위주로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에 수입물가 상승,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에 기업들이 인력 감축으로 대응해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기업들 입장에서 인건비가 오르고, 자재비가 오르면 경영이 어려워진다”며 “결국 인력 감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고용률을 낮추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반적인 물가 상승은 중소기업에도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그간 인플레 시대에도 고용률이 워낙 높았는데, 그 거품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물가를 관리할 뾰족한 수가 없단 점이다. 오히려 더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커지면서 고환율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날 비상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대응체계를 유지하며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