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번 주 내 지명할 것”…하마평엔 “드릴 말씀 없어”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고교서열화와 경쟁교육 심화 등 과거 그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등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펼쳐야 할 ‘교육개혁’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28일 교육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인철 후보자에 이어 박순애 장관마저 낙마하면서 교육부 장관 인선에 고심해온 용산 대통령실이 새 장관 후보 지명을 이번 주 내에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는 이주호 전 장관과 함께 3~5명의 인사가 막판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전 장관 대해서는 교육계의 거부 정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명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여론 떠보기’ 등 검증을 해보려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연구위원은 "용산(대통령실)의 인력풀이 얼마나 좁고 편협한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여론 검증) 같다"며 "하다못해 보수 교육단체에 좋은 분을 추천받아도 될텐데 굳이 교육부 직원 등 교육계가 거부하는 인사를 굳이 데려오려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중 교육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 전 장관의 ‘교육 가치관’이다.
송 연구위원은 “이 전 장관이 교육부 차관일 때 자사고가 도입됐는데,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입시의 다양성만 키운 셈이 됐다”며 “기본적으로 평준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진 인사라 고교 서열화를 더욱 고착화하는 정책을 펴게 될까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 전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 시절 자사고 정책의 아이디어를 내고,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차관을 지내며 자사고 도입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의 교육 구상은 최근에도 한바탕 교육계를 뒤흔들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 3월에는 교육부의 대학정책 기능은 총리실로, 대입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로, 산학협력은 과기정통부로, 전문대 지원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자는 것 등 사실상 ‘교육부 해체 및 폐지’에 가까운 내용을 담은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 방안’ 보고서를 발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실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조직개편 논의 과정에서 그의 고등교육 이관 구상에 바탕을 둔 교육부 조직개편이 거론되자, 교육계에서는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교육계 핵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대학의 교육·연구 기능만 분리하는 게 어렵다”며 “정무 기능이 중심인 총리실이 사립대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인데 이러한 구상을 꺼낸 인사가 교육 수장이 되면 고등교육의 위기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당시) 교육개혁은 취업률 중심과 규제 완화의 시장주의였다”며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금 필요한 교육개혁은 당시와는 다르다. 학령인구 감소 등의 상황에서 교육 당국이 공공성과 재정 확충의 의제를 갖고 적극적인 공교육 정책을 펴야 할 시기인데, 이 전 장관은 이러한 시기적 상황과 맞지 않는 인사”라고 짚었다.
한편 이 전 장관은 몇 달전 심장 스탠스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완전히 호전·회복된 상태”라면서, 교육부 장관 후보 하마평에 오르는 것과 관련된 질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