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비정상이라더니 또 들고나온 금융위…어설픈 구색 맞추기?

입력 2022-09-29 14:30수정 2022-09-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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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꾼 금융위…“2분기 안에 모든 종목 공매도 허용” → “공매도 전면 금지 검토”
WSJ “한국,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불발 원인 중 하나는 제한적 공매도”
‘공매도 금지’ 효과 미지수인데 추진한다는 금융당국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공매도 재개를 추진하던 금융위원회가 손바닥을 뒤집었다. 공매도 전면 금지를 논의하면서다. 유관기관이 ‘공매도=주가 하락’이 아니라고 보고를 했지만 금융위가 이를 외면한 것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공매도 금지 조치의 유효성을 의심하던 금융당국이 정치권에 흔들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의 시행 여부를 두고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까지 얘기가 나왔다는 건 그만큼 우리 주식 시장이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공매도도 (증시 안정을 위해)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공매도란 없는 주식을 판다는 뜻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 종목을 미리 팔고,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사서 갚는 투자 방식 중 하나다.

그간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우리 주식 시장을 끌어내리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고 주장하면서다. 실제로 공매도는 주식을 파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주식의 거품을 걷어내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증시 후퇴의 범인이 공매도라고 지목하긴 어렵다.

지난 6월 한국거래소가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된 종목에 대해 공매도 비중과 대금을 나눠 분석한 결과, 공매도는 주가 하락과 밀접한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10개 기업의 주가는 조사 기간 14.32%(유가증권시장) 하락했으나, 비중 상위 81~90위 기업은 20% 감소했다.

대금별로 봐도 대금이 많은 1~10위 종목의 주가는 16.48% 떨어졌으나 131~140위 기업은 18.45% 감소했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기업 또는 공매도 대금이 많은 기업이라고 해서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하락 폭이 더 크지 않은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이 내용을 금융위에 보고했다.

금융위도 한국거래소의 생각과 같았다. 지난 1월 25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이 “(공매도를) 가급적 상반기에 정상화하려고 한다”라고 말한 것도 이 연장선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금융위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대형주 위주로만 재개되고 있는 공매도를 전 종목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 정책관이 ‘공매도 전면 재개’가 아닌 ‘공매도 정상화’를 언급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한 현재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이후 금융위는 공매도 중 불법 공매도만 핀셋으로 잡아내는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검찰과 함께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회의’를 열고 △무차입 공매도 신속 조사 △불법 공매도 조사 전담조직 설치 등을 확정한 게 대표적 예다.

시장에서도 공매도가 주가 하락으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14조4999억 원이었고, 이중 공매도 거래대금은 6154억 원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4.26%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하루 거래대금 중 공매도의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공매도가 전체 시장을 흔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즉각 시행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한 데 이어 홍석준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매도 역시 규제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도 공매도 전면 금지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현재 20%대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반등을 반등시키기 위한 카드로 쓸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본시장 정책이 정치화됐다는 점이다. 지난 6월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불발됐는데,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한적 공매도 △영문 기업 공시 부족 △외환시장 접근성 제약 등을 문제로 이유로 지목했다. 공매도를 일부 종목에만 열어둔 것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못 한 이유 중 하나라는 뜻이다. 학계에서는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시 약 60조 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촉발된 ‘공매도 전면 금지’로 수십조 원의 글로벌 자금이 따라오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한 발 더 멀어지는 모양새다.

자본시장연구원 한 관계자는 “리먼 사태 이후로 선진국에서 공매도 금지를 증시 안정 수단으로 쓴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전면 금지가 실질적인 효과(증시 안정)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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