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시장을 마주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그간 투자자 이탈을 주도한 것과 달리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는 오히려 순매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이후 국내 증시는 큰 내림세를 겪었다. 금리·환율 인상 여파로 외국인이 다수 이탈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초기 순매수를 기록하며 하방을 지지하려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이내 순매도로 돌아서며 하방이 무너지기 시작한 탓이다.
이에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년여 만에 각각 2200과 700선을 지키지 못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코스닥은 9월 5주차 들어 외국인의 순매수가 늘어났다.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외국인이 저가매수에 나서며 하방 지지를 하려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다섯 번째 주(26~30일) 기준 코스닥에서 외국인은 2664억4900만 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6277억800만 원을 순매도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4541억6100만 원, 87억100만 원 순매도했다.
9월 한 달로 넓히면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모두 순매도해왔으나 FOMC 다음 주인 5주 차 들어 코스닥에서만 순매수로 반전됐다.
이 기간 외국인 코스닥 거래대금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에코프로비엠, 셀트리온헬스케어, 엘앤에프, HLB, 에코프로, 카카오게임즈, 비에이치, 알테오젠 등 대부분 이차전지·반도체 관련주이거나 기술주였다.
해당 주식들의 최근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에코프로비엠은 9월 한 달 동안 19%(2만1400원)가 하락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7.62%(5500원) 내렸다. 엘앤에프 역시 20%(4만7700원) 급락했다.
이러한 매매 양상은 강한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코스닥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정용택 IBK 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이 투자하는 코스닥 기업들은 대개 단기 시세 차익용이 아니다”라며 “상당 부분 기술을 보는 장기 투자용이므로 주가 급락 국면에서 저가로 분할매수 하는 시기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하락 구간에서 중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이 대안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횡보 구간과 하락구간에서 중·소형주와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2차전지 밸류체인, 자동차, 상사/자본재, 기계, 필수소비재, 비철·목재, 건강관리(의료기기) 등 업종이 전반적인 대외 수요 부진에도 매출과 이익 전망치가 올라가는 업종”이라고 했다.
그러나 해당 업종 내 종목을 모두 신용해서는 안 된다. 기업마다 리스크 요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개별 기업단에서 재무안정성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증시 약세 지속 전망으로 투자 자체에 유의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정용택 연구원은 “경기둔화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고 기업 실적은 3분기보다 4분기, 4분기보다 내년 1분기가 안 좋아지는 형태로 가는 약세장 흐름”이라며 “기술적 반등이 있겠지만, 투자는 보수적으로 하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이 맞겠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