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IPO, 수요예측 부진…상장 후에도 주가 힘 못쓰고 하락
바이오 기업공개(IPO) 시장에 칼바람이 매섭다. 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맥을 못 추는 것은 물론 수요예측 참패까지 이어지면서 IPO를 앞둔 기업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1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바이오기업 8곳 가운데 7곳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상반기 상장 기업들의 수익률은 공모가의 반토막 수준이다.
올해 1월 애드바이오텍을 시작으로 2월 바이오에프디엔씨, 3월 노을, 6월 보로노이가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7월에는 루닛과 에이프릴바이오가, 지난달 29일에는 알피바이오가 뒤를 이었다. 가장 최근에는 선바이오가 상장됐다.
우선 IPO에 나선 바이오기업 자체가 줄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8곳이 증시 입성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또한 신규 상장 바이오기업들의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넘어온 면역항체 기업 애드바이오텍은 공모가가 희망밴드 최하단(7000원)으로 확정됐지만, 상장 첫날 이보다 11.6% 급락한 5950원을 기록했다. 현재 주가는 3960원(7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43.4% 하락했다.
식물세포 플랫폼 기술 기업 바이오에프디엔씨도 출발점이 좋지 않았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투자자 청약 흥행이 모두 저조했던 이 회사는 상장 첫날 공모가(2만8000원)보다 20.7% 떨어진 2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금은 공모가 대비 40.9% 빠진 상태다.
의료진단 플랫폼 기업 노을은 올해 상장한 바이오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익률(-50.1%)을 기록하고 있다. 공모가는 1만 원이었지만, 7개월여 만에 4995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유니콘 특례상장’ 1호로 주목받던 보로노이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28대 1, 일반청약 경쟁률은 5대 1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하단인 4만 원으로 결정됐지만, 상장 첫날에는 2만9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금은 그보다 낮은 2만2800원으로, 공모가 대비 43.0% 하락했다. 보로노이는 지난달 6680억 원 규모의 다섯 번째 기술수출에 성공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올해 7월 상장한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과 항체신약 개발 기업 에이프릴바이오는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상장 첫날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현 주가는 공모가 대비 각각 25.3%, 21.6% 하락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알피바이오만이 올해 상장한 바이오기업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알피바이오는 대웅제약과 미국의 연질캡슐 제조업체 알피쉐러(RP Scherer)가 합작 설립한 회사로, 지난달 29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1556대 1, 일반청약에서는 1518대 1의 경쟁률로 희망밴드 최상단에서 공모가가 확정됐다.
업계에서는 신규 상장 바이오기업의 잔혹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오는 19일 코스닥시장 상장 예정인 샤페론은 지난 29~30일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 몰이 실패했다. 최종 공모가는 5000원으로, 희망밴드(8200~1만200원) 하단보다 39% 낮다. 이에 따라 최대 280억 원을 조달하고자 했던 공모 금액은 137억 원으로 급감했다.
2008년 설립된 샤페론은 독자적인 염증복합체 억제 기술을 기반으로 아토피 피부염과 알츠하이머 치매, 특발성 폐섬유증, 코로나19 등 염증성 질환을 치료하는 항염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회사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상장 후 재평가에 성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샤페론 외에도 4분기에 생체신호 의료기기 전문기업 비스토스, 바이오 플라즈마 기술 기업 플라즈맵, 임상수탁기관(CRO) 디티앤씨알오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바이오기업 중 아벨리노, 지아이이노베이션, 에스바이오메딕스, 바이오노트, 파로스아이바이오, 큐라티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등이 연내 IPO 의사를 밝히고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한 상황이다.
그러나 신규 상장 바이오기업이 수요예측부터 상장 후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IPO 일정을 미루려는 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의약연구소, 퓨쳐메디신, 쓰리빌리언 등이 상장 철회를 결정했고, 오는 12월까지 IPO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던 보령바이오파마도 연내 상장을 포기했다.
IPO를 준비 중인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상장은 무리라고 판단한다”며 “문제는 내년에도 분위기가 나아질 것이라 확신할 수 없어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