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화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국내 첫 위헌법률심판 신청

입력 2022-10-13 11:16수정 2022-10-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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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명확성‧과잉금지‧평등 원칙 위배” 주장
중대재해처벌법 위헌성 두고 공방 본격화 전망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최초 기소된 A 사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가 13일 창원지방법원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상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화우 측 주장이다.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으로, 제정 당시부터 대두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두고 공방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법무법인 화우 로고. (법무법인 화우)

화우에 따르면 올 2월께 전기전자 부품 등을 제조하는 A 사에서 소속 근로자 10명이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에 노출돼 독성간염이 발병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A 사가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하지 않는 등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아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지난 6월 27일 A 사와 대표이사 등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현재 A 사에 대한 공판은 창원지법에서 계속 중이다.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될 경우 당사자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가능하다. 법원이 신청을 인용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할 경우 헌재에 의한 위헌법률 심판이 진행된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면 신청자는 헌재에 곧바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1호는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하나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 변호인단은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 경우 그 규정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하고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된다고 보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는 경영책임자 등이 법에서 정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종사자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최대 징역 30년)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일정수의 부상자, 직업성 질병자 발생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제15조는 손해액의 5배까지 민사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화우 측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경영책임자 등이 부담하는 형사책임은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 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에 비춰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을 포함하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 법익 균형성의 원칙 등을 충족하지 못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했다”고 밝혔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보다 죄질이 더 무거운 것으로 보이는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5년 이하의 금고)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망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등에 비춰 볼 때 형벌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을 잃고 있어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주장했다.

법무법인 화우 변호인단 소속으로 헌법재판관을 역임한 안창호 변호사는 “이번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초로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으로, 이를 통해 불명확한 범죄구성요건과 과중한 형사처벌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이 확인돼 관련 규정이 보다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실행가능한 명확한 내용으로 보완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제로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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