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탈원전 대신 에너지 안보...내년 4월까지 원전 가동 유지

입력 2022-10-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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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원전 3기 모두 4월 중순까지 가동하기로
녹색당 반발에도 숄츠 총리 밀어붙여
우크라이나 전쟁 후 에너지 수급 어려워진 탓
여론도 원전 유지에 호의적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세계보건서밋(WHS)에서 연설하고 있다. 베를린(독일)/EPA연합뉴스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인한 겨울 에너지 대란을 피하기 위해 탈원전 정책을 내려놨다. 현재 남아있는 원자력발전소 3곳을 내년 4월 중순까지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실은 내각에 보내는 서한에서 이같이 밝혔다.

독일 정부는 애초 지난달 이자르2와 네카베스트하임2 원전 가동을 연장하기로 하는 대신 엠슬란트 원전은 연말 폐쇄하기로 했다. 하지만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지자 엠슬란트에 대해서도 가동을 연장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간 연립정부 파트너인 녹색당이 엠슬란트 원전 가동 연장 움직임에 거세게 반대했지만, 이번만큼은 숄츠 총리가 밀어붙여 매듭을 지었다. 카타리나 드뢰게 녹색당 대표는 “숄츠 총리가 엠슬란트 원전을 가동할 의사가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너지 확보와 더불어 이번 결정은 원전을 놓고 대립하는 녹색당과 자유민주당 사이의 대립을 끝내기 위한 정치적 문제도 있었다고 짚었다.

이날 자유민주당 소속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녹색당 입장과는 정반대로 성명에서 “올겨울 모든 발전 용량을 유지하는 건 독일 경제에 중요한 부분”이라며 “총리가 이제 명확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환영했다. 자유민주당은 원전 3기에 대한 가동이 숄츠 총리가 언급한 내년 4월 이후에도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링엔 인근에 있는 엠슬란트 원자력발전소 전경. 독일 정부는 당초 이 원전을 연말 폐쇄하기로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에 내년 4월까지 계속 가동하기로 17일(현지시간) 결정했다. 링엔(독일)/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독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 정책에 속도를 냈다. 올 들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전략을 전면 수정하게 됐다. 러시아가 독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가동을 중단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은 게 결정적이었다.

독일은 원전 재가동에 앞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극약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난이 안팎으로 거세지는 한편 원전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독일 Dpa통신이 이달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2024년 이후에도 원전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에 긍정적인 답변이 전체의 56%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 연방네트워크청(FNA)은 “이번 결정은 에너지 공급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현명한 타협”이라고 밝혔고 독일 에너지·수력산업협회(BDEW)는 “정부는 이제 장단기적으로 기후 친화적인 에너지 공급 확보에 필요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는 데 모든 힘을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그린피스는 “혼돈의 전쟁 시기에 원전은 하루라도 더 가동돼선 안 된다”며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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