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도 마케팅ㆍ지원 활동에 소극적
악재 겹치며 TV 출하량 10년 만에 최저
현대차, 월드컵 운영차 지원 규모 축소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함에 따라 TV 제조업체 등이 ‘월드컵 특수’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과거보다 기업들의 월드컵 관련 마케팅과 지원 활동도 소극적인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한 달여 남았지만 월드컵 특수로 인한 시장 분위기가 크게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의 여러 악재가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소비재 예산이 심각하게 제한돼 TV 제품 구매 의욕이 위축되고 있다”며 “특히 올해 세계 TV 출하량은 작년보다 3.8% 감소한 2억200만대로 이는 지난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렌드포스는 올 초까지만 해도 TV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3.4% 증가한 2억1700만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전통적으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해에는 TV 판매율이 높다. 스포츠 이벤트를 더 생생하게 즐기려는 욕구가 대형 TV 판매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이 있는 해에 TV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불문율이었으나, 글로벌 악재로 수요 둔화가 심화하면서 업계에선 특수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으로 인한 수요 반등이 크게 기대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11월부터 시작되는 블랙프라이데이나 연말 특수에 월드컵 특수가 묻혀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월드컵보다는 연말 마케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그룹의 월드컵 마케팅 역시 이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친환경 전기차를 포함해 600여 대의 대회 운영차를 후원한다. 다만 2002년부터 FIFA 월드컵을 후원해온 현대차그룹의 지금까지 운영차 지원 규모와 비교하면 이번 행사는 다소 주춤한 모양새가 뚜렷하다.
현대차그룹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1053대의 운영차를 지원했다. 이후 △2006년 독일 월드컵(1250대)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830대) △2014년 브라질 월드컵(1700대) △2018년 러시아 월드컵(954대)에도 운영차를 지원해 왔다.
다만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616대를 지원하는 데 그쳤다. FIFA 월드컵 자동차부문 후원사로서 최근 20년 사이 단행해온 지원차 규모 가운데 가장 적은 규모다.
현대차 측은 “운영차를 지원하는 경우 개최국과 개최국 자동차 시장, 행사 규모, 마케팅 효과, 심지어 환율까지 다양한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규모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현시점에서 대규모 지원이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서려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 탓에 일부 지역은 1년 넘는 출고 대기기간이 존재한다”라며 “이런 상황에 특정 행사에 대규모 운영차를 지원하는 게 자칫 기존 고객에게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