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야당탄압, 국회무시" 사과 요구…로텐더홀서 시위
18분간 진행된 시정연설…'경제' 13차례·박수 19차례'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본관 로텐더홀에는 ‘국감방해 당사침탈’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등장했다. 뒤편에는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네 명이 함께 큼지막하게 파란 글씨로 적힌 ‘사과하라’를 나눠 들고 서 있었다.
오전 9시부터 30분간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민주당 의원들의 손에는 ‘야당탄압 중단하라!’, 국회무시 사과하라!, ‘“이 XX” 사과하라” 문구가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들어오는 쪽에 자리를 잡고 “야당탄압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어 9시 38분께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 정문을 통과해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윤 대통령은 말없이 로텐더홀을 지나 사전환담을 위한 국회 접견실로 곧바로 이동했다. 앞서 민주당은 침묵시위를 벌이기로 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시야 가리지 말고) 경호원들 비키세요”, “사과하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은 시정연설에 불참하기로 했다.
169석의 민주당 의원이 불참한 본회의장은 텅 비어 있었다.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 환담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6석의 정의당 의원들은 의석에 ‘부자감세 철회! 민생예산 확충’, ‘이xx 사과하라!’ 피켓을 좌석에 붙여놓았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웬만큼 해라”, “예의를 지켜라”, “대통령이 오는데 팻말이 뭐냐” 등으로 지적했다.
오전 10시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윤석열” 이름을 연호했고 “힘내세요”라는 외침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18분간 진행된 시정연설에서 경제 13차례, 국민 9차례, 안보 7차례, 약자 7차례, 청년 6차례, 성장 5차례, 민생 4차례씩 언급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총 19번의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를 겨냥하며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며 원전 수출,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해체기술 개발 등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연설을 끝낸 윤 대통령은 예상 밖의 행보를 했다. 여당이 아닌 텅 빈 야당 쪽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먼저 찾아 악수를 청했다. 정의당 의원단은 시정연설이 끝난 직후 본회의장을 나가 자리에 없었다.
이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한덕수 국무총리와 차례로 고개를 숙이며 악수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에겐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여당 의원들과도 골고루 악수하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렸던 장제원 의원과도 악수를 나누며 어깨를 두드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민주당 소속 김진표 국회의장이 시정연설 전 사전환담 자리에서 “우리 대통령님, 국회 방문을 환영한다. 그런데 여의도 날씨가 훨씬 더 싸늘한 것 같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하하"라며 짧게 웃기만 했다. 김 의장은 이어 “정치권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 시선이 정말 싸늘하다. 오늘 아침 국회 모습이 가장 좋은 모습으로 국민께 비쳐야 할 텐데 의장으로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