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자’ 수낵 신임 영국 총리, 대중국 강경 노선 수정할까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보수당 선거운동 본부 밖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런던(영국)/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수낵 영국 총리 내정자는 25일(현지시간) 57대 총리로 정식 취임한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취임 45일 만에 불명예 퇴진한 후, 경쟁자였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페니 모돈트 하원 원내대표 모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단독후보가 됐다. 수낵은 2015년 35세로 정치에 입문, 2020년 2월 재무장관에 발탁된 지 2년 만에 총리 자리에 올랐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인도 기술 재벌 딸과 결혼해 부부 재산만 1조 원에 달한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경제통’ 수낵은 현실주의자로 평가받는다. 영국 경제 위기를 악화시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비롯해 대중국 강경 노선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에너지센터의 존 로버츠 수석 연구원은 “수낵은 경제 및 재정적 현실주의자”라며 “교역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월 수낵 전 재무장관은 브렉시트로 영국의 대유럽 수출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영국은 보수당 주도로 2020년 EU와 경제적으로 결별했다. 이후 외국 투자가 위축되고 경제 규모마저 축소되면서 정치·사회 갈등이 커져왔다.

영국 보수당 내 중국 강경론자들이 모인 ‘중국연구모임’의 줄리아 파밀리아는 “중국은 실제로 적대 관계이기 때문에 모든 영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당내 깔려 있다”고 밝혔다.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 시절, 영국과 중국은 황금시대를 열기로 합의했으나 이후 중국의 인권 침해, 홍콩 시민 자유 억압 등이 불거지며 양국 관계는 악화했다.

보수당 정통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수낵은 선거 운동 기간 존슨 전 정권의 대중국 강경 노선을 이어갈 뜻을 시사했다. 이는 경제를 중시하는 현실주의자이자 교역 확대를 지지하는 수낵의 철학과 상충된다. 중국은 영국의 3위 교역국이다. 또 영국 물가상승률이 10%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수낵 역시 당내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늦어도 2025년 1월까지 치러야 하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브렉시트 후 분열된 당 통합이 급선무다.

중국이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 독재 체제를 강화한 것도 영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원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시 주석 ‘1인 천하’로 변한 중국 역시 대서방 강경노선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