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족 상도례’와 관련해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친족 상도례를 폐지하자는 쪽은 사회 상황이 바뀌었으니 옛날 가부장적인 시대 유산은 청산하자고 합니다. 반면 형벌권이 지나치게 가정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이슈화 된 친족 상도례에 대해 정준영 법률사무소 해주 대표변호사와 1문 1답으로 살펴봅니다.
Q. 박수홍 씨 돈을 박수홍 씨 형이 인출해 사용한 건 당연히 횡령죄가 성립해서 처벌이 될 것 같은데 처벌 안 되는 경우도 있나요?
A. 일단, 아직 판결 등으로 사실 관계가 확정이 되지 않았으니까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는 전제 하에 언론에서 나오는 사건 전모를 기반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언론에서 보면 박수홍 씨 명의의 계좌에서 박수홍 씨의 형이 임의로 돈을 인출해 사용했다는 내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질문하신 분이 말씀하신 대로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는 범죄입니다.
횡령 금액이 5억 원이 넘을 때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땐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게 됩니다.
박수홍 씨의 형이 박수홍 씨가 맡긴 통장에서 임의로 돈을 찾아 썼다면, 그 이득액에 따라 형법 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우리 형법에서는 횡령죄(형법상 강도를 제외한 재산 범죄에는 모두 마찬가지의 규정이 있고, 장물죄에 대해서만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의 경우 친족 상도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친족 상도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친족 상도례에 의하면 피해자와 범죄자 사이에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관계가 있다면 범죄가 성립이 되어도 형이 면제됩니다. 만일 이 같은 관계가 없는 친족관계가 있다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참고로 친족관계는 민법에 규정돼 있는데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 간을 말합니다).
박수홍 씨와 박수홍 씨 형의 관계는 친족관계인데 직계혈족도 아니고, 동거하고 있는 친족이나 가족이 아니므로 형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은 박수홍 씨의 고소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데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Q. 기사에 보면 박수홍 씨 형이 박수홍 씨 수입을 관리하는 회사를 설립했으나, 그 회사의 자금을 마음대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에도 친족 상도례가 적용되나요?
A. 이러한 경우에는 친족 상도례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비록 이 건에 대한 고소인은 박수홍 씨일 수 있으나, 박수홍 씨는 엄밀히 말하면 피해자가 아니어서 고발인이 될 것이고, 이 때에는 피해자는 회사가 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인 회사와 박수홍 씨 형과는 위의 친족 등의 관계가 될 수 없으므로 친족 상도례의 규정이 전혀 없습니다.
Q. 박수홍 씨 형이 경찰조사 받으러 갔을 때, 박수홍 씨 아버지가 “우리 큰 아들이 한 것이 아니고 내가 했다”며 자신이 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만일 박수홍 씨 아버지가 횡령을 한 것으로 인정이 되면, 박수홍 씨 아버지가 대신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인가요?
A. 위 두 가지 질문에 대하여 각각 대입해 보면,
만약 박수홍 씨가 자신의 통장을 맡긴 사람이 형이 아니고 아버지였고, 아버지가 임의로 돈을 인출해 사용하였다면 박수홍 씨와 아버지는 직계혈족 관계이니까 횡령이 인정되어도 형이 면제가 됩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회삿돈을 아버지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친족 상도례가 적용되지 않아 횡령죄가 인정되고 이에 따른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Q. 만일 박수홍 씨 아버지가 박수홍 씨의 형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으로 “자신이 했다”라고 말한 것이라면, 위증죄 같은 것으로 처벌 받지 않나요?
A. 우선 위증죄는 법원에서의 증인 등이 진술한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박수홍 씨 아버지는 위증죄로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 같이 수사기관에 ‘자신이 범인이다’라고 허위진술을 하여 진범의 죄를 감추게 하는 경우, 범인도피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범인도피죄의 경우에도 친족 상도례의 적용이 있습니다. 이 때는 위에서 말한 횡령과는 성립하는 범위가 좀 다른데요. 범인도피 행위자와 범인 간에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인 경우에 한하여 친족 상도례가 적용됩니다. 이 때는 범인도피죄가 성립해도 처벌받지 아니합니다.
따라서 만약 박수홍 씨 아버지가 박수홍 씨의 형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로 수사기관에 “자신이 범인이다”라고 진술하였어도 이로 인해 박수홍 씨 아버지가 범인도피죄로 처벌되지는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