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목격자들 참담한 현장 증언 쏟아져
女 사망자 많은 이유 ‘신체적 특성’ 때문
군중 밀집 상황서 무조건 자리 벗어나야
“골목 입구에서는 올라가라고 하고 뒤에선 밀고…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으로 한껏 들떠있던 이태원이 압사 사고로 비극의 공간으로 변했다. 당시 아비규환 상황을 지켜본 이들의 목격담도 이어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로 연결되는 폭 4mㆍ길이 45m가량 좁은 골목이다. 골목은 5~6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수준인 데다가 경사가 높은 내리막이다.
이번 참사는 '병목현상'이 생긴 좁은 골목길에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인원이 몰리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쪽에 있던 시민들이 넘어지기 시작하자 뒤를 따르던 시민들도 도미노처럼 잇따라 압사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30일 이태원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전날(29일) 발생한 참사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A씨(30)는 “사고 발생 직전, 사고가 일어난 골목 맞은편에서 신호를 친구와 기다리고 있었다”며 “녹사평에서 이태원으로 오는 도로에 움직이지 못하는 차와 빨간불에도 건너는 사람들로 엄청 혼란스러웠다. 남자 2명이 차도에서 경광봉을 흔들며 차량에 돌아가라고 신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급차와 경찰차들이 오는 것을 보고 불이 난 줄 알았다”면서 “당시 골목을 벗어난 목격자에게 듣기로는 골목 입구에서는 불이났다며 뒤로가라고 해 앞쪽에 있던 사람들이 “뒤로”라고 외치며 뒤를 향했고, 뒤에서는 이를 “밀어”로 듣고 앞 사람들을 밀면서 혼란이 빚어졌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을 거다. 그런 과정에서 가운데에 사람들이 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누리꾼들의 사고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에 사고 현장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도미노 마냥 소리지르면서 쓰러졌다. 신발도 벗겨지고 가방과 휴대폰도 잃어버렸다”며 “제발 살려달라고 오열하자 다른 사람이 손을 잡아 끌어올려 줬다. 깔린 사람들도 다 살려달라고 오열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60만 유튜브 채널 유튜버인 선여정은 “뒤에서는 ‘야 밀어~ 우리가 더 힘 세! 내가 이겨’라고 했다”며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닌 밀려서 떠내려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날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압사 참사로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쳤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여성은 97명, 남성은 54명으로 여성 사망자가 남성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0대 여성의 사망자가 많은 것은 신체적인 특징 때문”이라며 “대부분 여성 분들이 남성보다 키도 작고 체력적으로 약하다. 압사가 있을 경우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골목 사고 현장에서는 최소 20~30분간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심폐소생술(CPR)이 소용없는 경우도 있었다. 아울러 골목길이 사람과 사람으로 가득 차면서 소방ㆍ경찰 등 구조인력이 피해자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장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같이 군중에 깔리는 상황이라면 개인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건 없다”며 “과도한 밀집이 된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그 상황을 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또한 “이번 상황은 개인이 어떤 조치를 취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군중이 밀집된 상황에서 넘어지면은 가장자리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는 몸을 최대한 옆으로 누워서 머리를 잡고 우측에 있는 게 좋다. 움츠려서 숨을 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대 업소에서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사탕이 돌았다는 소문도 나왔으나 경찰은 참사와 관련한 마약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사고 원인을 수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