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담보’ 은행 신용대출보다 담보 있는 증권사 대출이 이자 부담 더 무거워
증권사, 주식 담보로 잡으면서도 고금리 부과
“은행처럼 금리차 공시해야” 비판도
‘담보가 부실하면 대출 금리가 높다’라는 당연한 금융 상식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 바로 증권사다. 증권사에서 개인이 돈을 빌려 투자하려면,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보다 더 비싼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대출은 주식이 담보로 잡힘에도, 담보가 없는 은행의 신용대출보다 금리 부담이 더 큰 것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융자거래를 취급하는 국내 26곳 증권사의 평균 신용융자거래 금리(180일 초과)는 8.93%다. 신용융자거래란 증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담보로 매매 대금을 빌려주는 것으로, 담보의 가치가 대출금의 통상 140%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담보(주식)를 강제 청산한다.
예를 들어 계좌에 1만 원이 있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신용융자거래로 1만 원을 빌리고 A주식을 2만 원에 샀다고 가정하자. A주식의 가격이 하락해 1만400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는 투자자의 A주식을 시장에 파는 반대매매를 실행한다. 담보 가치 하락에 따른 증권사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반면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8곳 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6.66%다. 은행이 신용대출을 내줄 땐 재직 증명서를 통해 대출자의 회사를 파악하고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으로, 그 사람의 소득을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담보는 없다. 오로지 회사와 연봉만으로 대출 한도와 평균 금리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증권사의 신용융자거래 금리보다 2.26%포인트(p) 낮다.
이 탓에 증권사가 금리 장사에 불을 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증권사는 신용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게 아니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건데 왜 ‘신용융자거래’라는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며 “은행 예대금리(예금금리-대출금리)차 공시처럼 (신용거래융자거래와 예탁금 이용료율의) 차이를 공시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란 은행의 예금과 같은 개념이다.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넣은 돈에 대한 이자가 예탁금 이용료율이다. 1일 기준 국내 은행 정기예금 상품은 41개로 이들의 이자율은 2.10~5.10%다. 반면 예탁금 이용료율은 1억 원 기준 0.20~1.75%다.
증권 계좌처럼 어느 때나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토스뱅크 수시입출금 통장(2.3%)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은 증권 계좌에서 돈을 빼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50조 원 선이 깨졌다. 월평균 투자자 예탁금이 50조 원 밑으로 내려간 건 2020년 7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는 내부 기준에 의해 산정하는 거라 구체적으로 밝히기 힘들다”면서 “매월 기준금리와 업무원가, 자본비용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는 자체 자금으로 대출해 은행보다 조달 비용이 크다”며 “지금처럼 유동성이 낮을 때에는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