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키운 해밀톤호텔 ‘불법증축’ 도마…용산구청장 발언도 논란

입력 2022-11-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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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톤 호텔 ‘불법증축’으로 골목길 ‘병목현상’ 유발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청 할 일 다 했다” 발언 논란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등 관계자들이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이태원 해밀톤호텔의 일부 테라스가 불법 증축된 상태로 알려지면서 이태원 참사를 유발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특히 이 공간으로 인해 일대 통행로가 더 좁아지면서 당시 이른바 ‘병목현상’을 유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1일 용산구와 해밀톤호텔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호텔 본관 북측에 있는 주점이 테라스를 무단 증축해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공간은 세계음식문화거리 내에서 참사가 벌어진 내리막 골목길로 이어지는 ‘T자형’ 통로의 오른쪽 윗부분 모퉁이다. 테라스는 길이 17m, 폭 1m가량이다. 또 해당 공간 맞은편에는 행사를 앞두고 불법 부스까지 설치됐다.

실제로 세계음식문화거리 일대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주점, 클럽 등이 위치하고 있다. 이 거리 내에서 불법 증축된 공간으로 인해 거리 너비는 대폭 줄어들게 됐다. 참사 당시 해밀톤호텔 북측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일종의 대피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막은 셈이다.

지난해 5월 용산구는 불법 증축된 테라스에 대해 파악하고 호텔 측에 시정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후에도 시정이 되지 않아 구는 강제 이행금을 부과하고 해밀톤호텔 본관을 위반건축물로 표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도로법이나 건축법 등에 저촉을 받거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차근차근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가 난 골목 하단부에 있는 10m가량의 분홍 철제 가벽도 통행 흐름을 방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벽으로 인해 내리막 골목길은 위쪽 폭이 5m가량이지만, 아래로 내려올수록 3.2m까지 좁아지게 된다. 다만 이 가벽은 지붕이 없는 가림막 시설이어서 관련 법상 불법 증축 건물로 분류되진 않았다.

용산구에 불거진 책임론…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흘 만에 사과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번 참사가 발생한 용산구에서 사전대응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1일 입장문을 내고 "관내에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박 구청장은 이어 "애도 시간이 끝나고 사고수습이 완료된 이후에 구청 차원에서 사전 대응에 미흡한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라며 “축제였으면 주최 측이 있는데 핼러윈 행사는 그냥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지난 27일 용산구에서 부구청장 주재로 연 ‘핼러윈 데이 대비 긴급대책회의’에서도 이태원 일대 방역과 소독, 업장의 위생 상태, 마약 사건 예방 등에 초점을 맞췄다. 대규모 인파에 대한 안전대책은 따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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