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보다 공화당, 하원보다 상원이 ‘가상자산 친화성’ 높아
국내 영향력도 적지 않을 것…“규제ㆍ정책 미국 방향성 따라”
국내외 가상자산 업계가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의원들의 소속 정당에 따라 ‘가상자산 친화성’이 갈리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의 가상자산 진흥·규제 법안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국내 법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간으로 8일 오후 7시부터 하원 435명, 상원 35명 등을 선출하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시작됐다. 선거는 우리 시간 9일 오전 8시 동부부터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현재 미 의회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상원은 각각 50석씩을 차지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가 미국 중간선거에 집중하는 이유는 선거 결과에 따라 의회의 ‘가상자산 친화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빗썸경제연구소는 ‘미국 중간선거,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 민주당보단 공화당이 ‘친크립토(친가상자산)’ 성향을 갖고, 하원보단 상원이 가상자산 관련 논의와 입장표명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은 ‘크립토 액션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도출됐다. 크립토 액션 네트워크는 현재 미 상하원 의원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발언과 행동 등을 토대로 A부터 F까지 점수를 매겨 제공 중이다. A에 가까울수록 가상자산에 긍정적이고, 발언과 행동이 없다면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데이터에 따르면, 미 상원 50%, 하원 22%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점수를 받은 의원 중 가상자산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의원의 비율은 공화당이 82%, 민주당이 50%로 나타났다.
미국 현지 업계도 대통령이 민주당인 현재, 공화당이 의회에서 다수당이 되면 업계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틴 스미스 워싱턴 블록체인 협회 이사는 지난 8일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연방 권력이 분산되면 암호화폐 정책과 규제를 만드는데 좋은 징조가 될 것”이라면서, “최근 의회에서는 관련 법 제정과 관련한 협업이 늘고 있는데, 권력구조가 바뀌면 이 같은 트랜드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선거 이후를 예상했다.
선거 결과는 국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상자산 업계는 ‘크립토 겨울’이라고 불리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업계 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분위기로 변화할 경우, 이에 따라 시장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규제 측면에서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 금융당국은 현재 미국과 유럽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 흐름을 관찰하고 따라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일각에선 당국이 유럽보다는 미국의 정책 방향을 따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에서 친 가상자산 성향의 법안이 많아질 경우, 향후 국내 규제 마련에도 영향 줄 수 있다.
이미선 빗썸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 관련 정책들이 미국에서 결정되는 큰 줄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라면서 “(미국의 영향이) 유럽보다는 클 것이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다음 선거는 2024년 대선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7일 미국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11월 15일 화요일에 매우 큰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발언하는 등 ‘반 가상자산’ 행보를 보여온 바 있어, 업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이미선 센터장은 “2024년이 됐을 때는 이미 시장이 가상자산을 어떻게든 수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면서 “그때가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자산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