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CEO “이렇게 완전히 기업 통제에 실패한 기업, FTX가 처음”
기본적인 기업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았어
준비금 증명, 업계 내 표준 마련, 규제 당국 감시 강화돼야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을 둘러싼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제2의 FTX 사태를 막기 위해선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회의론자인 공매도 투자회사 머디워터스의 카슨 블록은 17일(현지시간)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FTX 붕괴는 탐욕과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의 좋은 예”라고 평가했다. 포모증후군이란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 같은 공포감이다.
그는 FTX 붕괴를 “‘불신의 유예’에서 비롯한 거대한 버블”이라고 표현하며 “이런 버블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치가 거의 없는, 전적으로 새로운 자산(가상화폐)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신의 유예란 어떤 대상이 가짜임을 알거나 믿을 수 없더라도 그것이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는 진짜인 것처럼 여긴다는 의미의 말이다. 실제 가치가 없는 자산을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블록은 “가상화폐는 거품이고, 그래서 규제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FTX가 그간 기본적인 기업 운영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FTX의 새 최고경영자(CEO)인 존 J. 레이 3세는 델라웨어주 법원에 낸 문건에서 “40년 구조조정 경력을 통틀어 이렇게 완전히 기업 통제에 실패한 경우는 처음 본다”라고 밝혔다.
레이 CEO는 “엔론보다 더하다”라며 “신뢰할 만한 재무 정보가 전혀 없다. FTX와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의 대차대조표의 정확성도 확신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그는 FTX의 인사 시스템이 부실하고, 보안이 취약한 것은 물론 “극소수 개인에 집중된 회사 통제권은 전례가 없을 정도”라고 썼다.
에릭 스나이더 윌크오슬랜더 파산 전문가는 “기껏해야 몇 명의 사람들 손에 권력이 집중돼 있었다”라며 “최악의 경우 수십억 달러의 조직적 사기로 드러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FTX 전 CEO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현재 어떤 범죄로도 기소되지 않았다.
FTX 파산으로 가상화폐 규제 논의도 커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재발 방지 대책을 제안했다. 대표적인 게 ‘준비금 증명’이다. 이미 업계에서 도입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거래소의 자산과 부채를 문서로 만들고, 주기적인 보고와 감사 등을 통해 자산 운용 현황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업계 자체에서 정책적으로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전통적인 금융업계에서는 산업 표준을 정해 이를 감독하는 기관도 존재한다. 가상화폐 산업에서도 이런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독 기관은 나쁜 일을 규제할 수도 있지만, 업계에 유리한 입법 추진에서는 또 다른 힘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규제 당국의 존재감이 확대돼야 한다고 애틀랜틱카운슬은 지적한다. 가상화폐를 유통하고 취급하는 회사에 대해서도 필요한 경우 규제 당국이 사기, 위법 행위를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