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금리 비율 높이고 조건 까다롭게 설정
납입한도 낮고 만기기간 짧아 이자혜택 '글쎄'
A씨는 결국 우대금리를 받고자 지정된 우리카드를 신청하고 대중교통도 이 카드로 이용했다. 이렇게 1년간 열심히 우리카드를 사용한 끝에 A 씨는 1년 만기가 되자 10만9980원(세후)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왠지 A 씨는 끼워팔기에 당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연 11%에 달하는 고금리 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적금 상품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기본금리는 낮게 책정하고, 우대금리 비율을 높인 상품이다. 특히 우대금리를 챙길 수 있는 조건을 까다롭게 해 그저 가입자만 늘리려는 은행의 '미끼상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다음 달 7일 연 최고 11% 금리를 제공하는 '데일리 워킹 적금'을 출시한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가 1.00%에 불과하다. 1일 최대 적립 가능 금액은 1만 원(월 30만 원), 6개월 만기다.
1만 원의 적금을 적립한 뒤 매일 1만 보 이상 걷고 우리WON뱅킹 상품 전용 페이지에서 '미션 성공'을 누르면 입금 건별로 연 10%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일할 적용한다. 6개월간 매일 1만 보를 걷는 미션을 성공해야만 최대 180만 원(월 최대 30만 원씩 6개월)에 대해 11.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미션에 실패하는 날이 있다면 해당 일에 대한 금리는 1.0%만 적용된다.
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은 광주은행은 '행운적금'이다. 이 상품은 말 그대로 행운이 있어야 최고 13.7%의 최고 금리를 적용받는다.
'행운적금'은 기본금리 3.70%에 이벤트 우대금리가 최고 연 10%p 제공된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가입일 그다음 주부터 매주 월요일에 행운번호 6개를 배정받는다. 그 주의 행운번호를 대상으로 금요일에 추첨이 이뤄진다. 결국 로또 1등처럼 6개의 번호가 모두 당첨돼야 연 10%p의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 사실상 우대금리 적용을 받는 게 쉽지 않다.
이렇게 행운번호 1등에 당첨되더라도 만기 시 이자는 당첨 확률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하다. 최대 월 5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어 1년 만기 시 받는 이자는 37만6682원(세후)이다. 기본금리 적용 시 이자가 10만1732원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로또 1등처럼 6자리 숫자를 모두 맞히고 받는 추가 이자는 27만 원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월드컵 특수를 맞아 최고금리 11.0%를 제공하는 'Best11 적금'을 내놨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 2.80%에 우대금리를 더하면 최고 11.0%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이다. 월 최대 납입금액은 20만 원이며, 6개월 만기다. 기본적으로 자동이체와 마케팅 동의 시 연 0.5%p 우대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3.30%의 금리는 기본적으로 챙길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16강~8강 진출 시 연 3.2%p, 4강 이상 진출 시 연 7.7%p의 우대금리를 준다. 객관적인 한국 축구대표팀의 전력이 16강 진출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추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을 확률은 떨어진다.
만일 한국이 16강에 진출해 금리 6.5%를 적용받더라도 월 납입금이 최대 20만 원인 데다 6개월 만기 상품으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1만9246원(세후)에 그친다.
이처럼 고금리 적금 특판 상품은 단순히 최고 금리를 앞세워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은행에서는 이렇게 끌어온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는데 수월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 10%를 넘는 고금리 적금 특판 상품은 은행의 이미지 제고 측면이나 홍보용 목적이 강한 만큼 만기가 짧거나 납입 한도가 낮아 이자 혜택은 크지 않다"면서도 "기본금리와 우대금리 및 조건을 꼼꼼히 따져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