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해고 한파] 기업의 복수가 시작됐다…‘대퇴직’서 ‘대해고’ 시대로

입력 2022-1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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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전체 인력 10% 감원 발표하며 해고 물결 합류
직원들, 연초만해도 팬데믹 피로감에 대퇴직
인플레·긴축 여파에 기업 정리해고 나서
장기적으로 역효과 우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업 환경이 1년도 되지 않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간 고용시장에서 노동자가 주도권을 잡았다면 이젠 기업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따른 피로감 여파로 직장인들이 대거 회사를 그만두는 ‘대퇴직’이 기업의 골칫거리였다. 직원들이 일에 대한 열정은 없이 최소한의 업무만 하는 이른바 ‘조용한 퇴직’도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거시경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들이 정반대로 공격적인 감원에 나서는 ‘대해고’의 시대가 도래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 고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탓이다.

특히 기술기업들은 팬데믹 특수가 사라지면서 더 큰 감원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대표 PC 판매업체 휴렛팩커드(HP)가 22일(현지시간) 대해고의 물결에 합류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HP는 이날 실적발표 자리에서 수요 급감을 이유로 향후 3년에 걸쳐 직원 4000~60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인력의 약 10% 규모다.

사실 대해고 조짐은 이미 올여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국적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8월 초 미국 기업 임원 72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50%가 향후 6~12개월 내 전체 인력 감소를 예상했다. 52%는 채용 동결을, 44%는 구인 취소를 전망했다. PwC의 부샨 세티 글로벌 인사부문 공동대표는 “기업들은 지정학과 공급망 문제,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난관에 직면했다”며 “이에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 즉 감원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KPMG가 7월 12일부터 8월 24일까지 미국 최고경영자(CEO) 13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응답자 91%가 향후 1년 안에 경기침체가 닥칠 것으로 확신했고, 직원 수를 축소하겠다고 답한 CEO도 51%에 달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급격한 감원이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폴 놉 KPMG CEO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이민정책 제한, 길어지는 코로나19와 육아 등이 노동자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 임원들은 정리해고 접근 방식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난해 초 경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했고 일자리를 줄인 기업 대표들은 후회했을 것”이라며 “기업은 인력 감축에 전략적이어야 하고 내년 중반 이후 올 수 있는 또 다른 빠른 회복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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