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중형을 확정받은 전 공군 중사 장 모(25·구속)씨 측이 추가 기소된 명예 훼손 혐의에 대해 “명예훼손에 대한 공연성과 전파가능성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진아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장 씨 측 변호인은 “먼저 피고인은 고인이 되신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다만 피고인이 사석에서 한 이야기가 침소봉대돼 피해자를 무고한 사람으로 몰아갔다는 식으로 검찰이 기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억울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장 씨는 고 이예람 중사가 거짓으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퍼뜨려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사석에서 부대 내 상관에게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신고를 당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물론 적절치 않다. 그러나 그것은 피고인의 의견 진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몇 사람에게 한 이야기가 전파가능성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것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 대법원은 이것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우려가 있고, 전파가능성은 구체적이며 객관적으로 유형화해 파악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며 “내용 자체가 자극적이고 성과 관련한 것이기 때문에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기소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죄를 구성하는 사실적시와 공연성 요건이 성립되지 않고, 피해자가 허위로 신고했다는 취지로 해석해 피고인을 기소한 것이 과도하다는 게 변호인 측 입장이다.
이에 대해 특검은 “피고인이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하는데, 일상적인 행위는 길을 걷다가 다른 사람과 어깨가 부딪히는 것 등을 말한다. 피고인의 행위는 일상적인 행위가 아니라 성적 욕망을 통한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전파가능성 부분에 관해서는 “피고인의 발언은 전파가능성과 공연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군부대는 한정된 생활권의 주거 공간으로 다른 생활권에 비해 전파가능성이 높다. 절대다수의 남성으로 이뤄져 있고, 소수 여성은 다른 남성에게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피고인이 소수에게 사석에서 말했더라도) 특히 여성 군인들에 대한 부정적 소문은 그 전파 속도가 빠르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청석에 나온 고 이 중사 어머니는 재판 내내 장 씨를 바라보며 흐느꼈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장 씨 측 변호인에게 “내가 예람이 엄마”라며 오열하기도 했다.
앞서 장 씨는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군사법원 1심에서 징역 9년,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9월 29일에 열린 상고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52)이 준장에서 대령으로 1계급 강등됐다. 민주화 이후 군에서 장군이 강등된 첫 번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