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주장을 제외하고 폐쇄회로(CC) TV 등 증거가 없는 경우 폭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A 씨의 업무방해 혐의는 2심에서 벌금 100만 원이 확정됐다.
법원에 따르면 전원주택 단지 관리인 A 씨는 2017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주택 단지에 입주한 회사와 연결된 지하수 배관의 수도 계량기 잠금 밸브와 밸브 손잡이를 떼어내 지하수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같은 달 21일 밸브 손잡이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입주사 직원 B 씨의 멱살을 잡고 휴대전화를 빼앗아 바닥에 던진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A 씨가 자신을 촬영하는 B 씨에게 화가 나 멱살을 잡았다고 봤다.
A 씨 측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전기요금을 연체해 벌인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폭행 혐의는 부인했다.
1심은 A 씨의 정당행위 주장을 배척하고 업무방해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사전 예고 조치를 했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지하수 사용료에 대해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심은 B 씨의 폭행 혐의는 무죄 판단했다. B 씨의 진술 외에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장에 CCTV가 있었는데, A 씨와 A 씨 딸들이 왕래하는 모습 정도만 포착됐을 뿐으로 밝혀졌다.
검사만 1심 판결에 불복했다. 무죄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오인, 유죄 부분에 대해서는 양형 부당을 주장했다. 2심은 무죄 판단과 벌금 100만 원의 형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폭행 혐의에 대해 심리해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