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서 창의성 극대화 메타버스 환경 주목
“2026년, 4명 중 1명 메타버스 1시간 체류”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2030년 887조원으로 팽창”
일본에선 실제 사람이 아닌 2D나 3D 캐릭터가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는 ‘버추얼 유튜버’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들 가상 캐릭터는 음악 이벤트를 열거나 책을 출판하기도 한다. 심지어 메타버스 문화 대표 자격으로 일본 정부나 유엔 주재 회의에 초대받는 일도 있다.
이런 가상 캐릭터는 단지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일반 시민에 의해 탄생한다.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이 밤엔 또 다른 경제 주체로서 아바타로 활동하는 것이다. 이들은 꼭 노래나 춤을 전문적으로 하지 못해도 누군가의 대화 상대만으로도 역할을 해내곤 한다.
단순노동이 자동화하는 시대에 이처럼 인간이 크리에이터가 되는 일은 필연적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한다. 특히 얼굴이나 성별, 연령을 자유롭게 바꿔 자신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바타나 메타버스는 현 상황에서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여기엔 한 사람이 여러 경제주체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장점도 포함된다.
이미 관련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게임업체 로블록스가 만든 메타버스 세상엔 하루 전 세계 60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접속한다. 이들은 아바타로 살면서 게임을 할 뿐 아니라 게임이나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그렇게 거래된 금액은 3분기 기준 1억5150만 달러(약 2005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콜로라도에선 일가족 5명이 낡은 집을 리모델링해 가업을 접고 로블록스의 도움으로 게임회사를 설립하는 사례도 있다. 이들은 게임 전문 지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대신 현실에서 컴퓨터 지원 설계(CAD)와 건축 설계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로블록스에서 게임 개발 교육을 받아 2019년부터 지금까지 20개의 게임을 만들어 판매 중이다.
닛케이는 현실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 상당 부분을 메타버스 구축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짚었다. 가족과 함께 메타버스로 들어간 네이선 클레멘스는 “로블록스 크리에이터는 거의 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이라며 “(게임을 만드는 게) 쉽진 않지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에서도 메타버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에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 규모가 2034년 10조 엔(약 97조 원) 이상을 기록해 2021년보다 7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리서치업체 가트너는 “2026년엔 4명 중 1명이 일이나 학습, 교류 등을 위해 적어도 하루 1시간을 메타버스에서 보낼 것”이라며 “3차원 공간을 돌아다니며 그간 눈치채지 못했던 자신의 재능을 찾는 기회가 늘어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그렇게 된다면 고령화 시대 80억 명은 더는 성장 제약 요인으로만 치부될 수 없게 된다.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규모가 올해 약 475억 달러에서 2030년 6788억 달러(약 887조 원)로 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당장 메타버스 환경에서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데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우선 메타버스엔 안전하고 간편하게 자금을 유통할 방법이 구축돼 있지 않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기프트 카드를 메일을 통해 주고받는 방법이 많이 쓰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기 어렵다. 가상자산(가상화폐)을 통한 거래도 아직은 국가별로 규제 수준이 다르고 이용자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닛케이는 “여전히 메타버스엔 매우 강력한 IT 인프라가 있고 서비스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며 “또 메타버스는 세계적인 고령화나 인재 부족, 다양한 가치관 수용 등 시대적 요구가 교차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며 그 가능성을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