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 헌법재판관의 ‘골프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재판관의 혐의점이 분명하다해도 공수처는 그를 직접 기소할 수 없다. 헌법재판관은 공수처의 공소제기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기소 대상에 헌법재판관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처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김선규 부장검사)는 조만간 이 재판관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내년 초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 재판관은 지난해 10월 고향 후배인 일본 사업가 이모 씨의 주선으로 사업가 A 씨를 만나 골프와 식사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 씨는 이 재판관에게 자신의 이혼소송과 재산분할 등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이 재판관은 ‘가정법원의 부장판사를 알고 있으니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 씨는 그가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이 재판관 측에 골프의류와 5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8월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공수처의 수사는 시작됐다. 이후 공수처는 A 씨의 자택과 변호인의 사무실, 관계자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10월에는 이 씨와 제보자 등 사건 관계자들을 피의자로 전환해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만약 이 재판관의 혐의가 확인돼도 공수처는 이 재판관을 직접 기소할 수 없고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법원장‧대법관‧검찰총장‧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 그 외에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국회의원, 대통령 등에 대해서는 수사만 할 수 있고 기소는 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수처도 헌법재판관과 헌법재판소장을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지난달 4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척결한다는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고려하면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도 대법원장‧대법관과 마찬가지로 공수처의 공소제기 공소유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제안 이유다. 실제 이 재판관의 사건을 계기로 개정안이 발의됐다고 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처분 시점이 임박한 만큼 국회의 개정안 처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공수처가 이 사건을 처분한 이후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여야가 아직 뜻을 모으지도 않은 가운데 연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연달아 열고 법안을 처리하기는 무리인 상황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해당 개정안에 이 재판관의 사건을 소급적용 대상으로 추가하는 방법도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법적인 필요성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재판관의 사건을 기점으로 공수처 공소제기 대상에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을 추가하자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는 공소제기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하자는 데에는 아직 소극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