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글로벌 바이오업계가 가장 주목할 분야 중 하나로 뇌질환이 떠오르고 있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이 대표하는 거대 시장이지만 아직 변변한 신약이 없다는 점이 끝없는 도전을 불러일으킨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뇌질환은 전 세계에서 항암제 다음으로 많은 연구개발과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항암제와 달리 획기적인 신약이 나오지 않아 미충족 수요가 매우 크다. 급속한 고령화로 시장은 매년 성장하는 반면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1월 첫째 주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 '레카네맙'의 품목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레카네맙은 다국적제약사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개발한 항 아밀로이드 베타(Aβ) 치료제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해 FDA 허가를 획득한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만큼 레카네맙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현재 글로벌 임상 속도가 가장 빠른 기업은 아리바이오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30일 경구용 치료제 'AR1001'의 미국 임상 3상을 개시했다. 총 1600명을 모집하는 대규모 임상이다.
아리바이오는 다국적제약사와 기술이전을 위한 협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마케팅·판매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적절한 파트너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젬백스는 지난 10월 'GV1001'의 미국 임상 2상 첫 환자 등록을 완료했다. GV1001은 텔로머라제 유래 펩타이드 신약으로 Aβ와 타우 단백질의 응축과 침착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유럽에서도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엔케이맥스는 NK세포를 활용해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슈퍼NK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SNK01'에 대해 멕시코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SNK01은 지난달 초 FDA로부터 동정적 사용 승인을 받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글로벌 알츠하이머 시장은 2030년 17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알츠하이머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 시장도 함께 개화하게 된다. 현재 뇌척수액 검사나 양전자 단층촬영(PET) 검사가 활용되고 있지만, 뇌척수액 검사는 침습적 검사, PET 검사는 고액이란 단점을 각각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진단 시장에서는 비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은 혈액 검사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혈액 진단은 피플바이오가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했다. 멀티머검출시스템(MDS) 플랫폼기술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를 조기 진단하는 'OAβ 테스트'를 개발,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에 이어 2021년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했다. 피플바이오는 동남아와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파킨슨병 역시 환자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치료 방법의 전부다. 가장 대표적인 약물로는 '레보도파'가 있다. 그러나 레보도파를 장기복용하면 약 90%의 확률로 부작용인 이상운동증이 발생한다.
부광약품은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를 통해 이상운동증을 치료하는 'JM-010'을 개발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0월부터는 방출 조절 경구제 개발 전문 BDD 파마와 협업해 레보도파/카비도파 신규제형(CP- 012) 개발에 착수, 파킨슨병 관련 파이프라인을 확장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초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ABL301'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뇌혈관장벽(BBB) 셔틀과 알파-시뉴클레인을 타겟하는 항체를 결합한 이중항체 치료제이다.
ABL301은 최근 FDA로부터 1상 임상시험계획(IND)에 관련 부분임상보류 결과를 받았다. 이에 따라 ABL바이오는 지적받은 고용량 임상에 대한 추가 자료를 제출하고, 저용량 임상은 예정대로 진행해 임상 일정의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8년 80억 달러(약 10조 원)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전이 규명될 때는 더욱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