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구조 손질, 불확실성 선제대응
금융위, 금산분리 규제 완화 전망
조직개편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 나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실적 방어를 위해 금융지주사들이 신사업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는 고금리 영향으로 이자 이익이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내년엔 비이자이익을 늘리고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면서 위기에도 탄탄한 수익구조 개선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지주사들의 신사업 추진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년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면 금융권은 더 다양한 산업으로의 진출이 가능해진다. 앞서 KB국민은행은 '리브엠'을 통해 금융권 최초로 알뜰폰 사업에 진출했고,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배달 플랫폼 '땡겨요'를 통해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다른 업종 진출은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는 한계가 있다. 일정 기간 이후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내년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권은 당국의 허가 없이도 더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신사업 강화에 나선다.
하나금융그룹은 박성호 현 하나은행장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으로 선임하고, 디지털 신영역 개척 및 신성장 기회 발굴을 맡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박 부회장 산하에 그룹미래성장전략부문(CGO)을 신설했다. CGO에서는 웹 3.0으로의 변화 속에 신사업 개척과 파트너십 강화 등을 통해 금융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하나금융은 SK텔레콤, SK스퀘어와 웹 3.0을 기반으로 한 금융·ICT(정보통신기술) 융합 기반의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웹 3.0은 블록체인 기반의 웹 환경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블록체인, 가상자산, 메타버스 등과 관련한 사업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미래 핵심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그룹신사업부문'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룹 고유자산운용을 총괄해온 장동기 부사장(GMS 사업그룹장)을 그룹신사업부문장으로 해 새 먹거리 창출에 나선다.
신한금융은 내년 상반기 '신한 유니버설 간편 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은행, 카드, 증권, 생명 등 계열사 서비스를 한데 모은 통합 플랫폼인 '신한 유니버설 간편 앱'을 통해 신한금융은 디지털금융 플랫폼 리더 자리를 굳건히 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기술력과 성장성이 높아 미래산업의 주역이 될 신성장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고자 해당 기업 발굴과 마케팅 전담 조직인 '신성장기업영업본부'를 신설했다. 우리은행은 에너지, 화학·신소재, 첨단제조·자동차 분야 등 성장성이 유망한 기업 발굴을 통해 은행 성장의 돌파구를 찾는다.
아울러 우리금융지주는 내년에도 신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증권사나 벤처캐피탈 인수 등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현재 벤처캐피탈인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위해 주식 매매거래 경쟁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유안타증권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도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금융지주나 은행들도 이자이익에 마냥 기대기보다는 신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비이자이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며 "내년 금산분리 규제도 완화되면 신사업 진출을 위한 금융권의 눈치싸움은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