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교육청·공공기관 자체지원은 집계도 안돼
문제사업 적발은 7년간 153건…"전혀 관리 안한 것"
세월호 피해지원 목적 외 사용 등 대표사례 꼽아
3월까지 부처 자체조사 후 상위조사…공무원도 대상
부정액 환수뿐 아니라 사안 따라 수사의뢰도
필요성·효과성도 평가해 떨어지면 사업 정리
보조금법 규정 강화하고 하위사업자 내역도 공개
노조 이어 시민단체 고삐 비판에…"떳떳하려면 투명해야"
용산 대통령실은 28일 올해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이 5조 원을 상회한다며 내년 상반기 내 전수조사를 해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관리체계 강화 지시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올해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은 총 5조4446억 원으로, 정부부처 직접지원이 1조4458억 원에 중앙정부 국비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 부담하는 매칭펀드가 3조9988억 원이다.
민간단체 보조금은 2016년에는 3조5571억 원 수준이었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매년 평균 4000억 원씩 늘어 현 수준으로 늘었다. 지원단체 수도 2016년 2만2881개에서 지난해 기준 2만7215개로 증가했다.
거기다 해당 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자체 자체 지원 보조금도 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지난해 총액을 발표했는데, 2012~2021년 시민단체에 1조222억 원을 지원했다. 또 시·도교육청과 공공기관에서도 별도로 지원한 금액도 집계되지 않고 있다.
보조금 총액과 지급대상은 매년 확대됐지만, 사업을 부풀려 보조금을 받거나 사업목적과 무관하게 쓰는 등 문제사업 적발은 2016년 이후 현재까지 총 153건에 환수액 34억 원에 그쳤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이를 두고 “보조금 사업이 전혀 관리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꼽은 대표적인 사례로는 △세월호 피해자 지원 재단사업 중 10건의 회계처리 문제로 회수 △청소년상담지원 사업 참가 인력을 부풀려 인건비 과다 수급 △행정안전부·경기도·안산시의 6년 간 110억 원 규모의 세월호 피해지원사업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 학습과 희생자 가족들의 펜션 여행 등에 사용 △청소년 동아리 지원 사업비를 반정부 시위 주도 정치단체 지원에 사용 등이 있다.
이처럼 부처가 적발한 것 외에 언론과 국정감사를 통해 추가로 밝혀지는 비리도 있어 정부는 내년 상반기 내에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내년 3월까지 정부부처 자체조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두고 상위조사도 진행한다.
전수조사는 각 정부부처가 지원단체 선정 과정과 투명한 회계처리, 목적 외 사용 여부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문제가 발견된 사업은 물론 필요성과 효과성도 평가해 부족하면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또 보조금 지원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부정이 있었는지도 조사한다.
정비 대상이 되면 단순히 보조금을 끊고 부정액을 회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안에 따라 검찰에 수사의뢰도 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부적절하게 집행된 게 있다면 시정조치를 하고 환수할 것”이라며 “사안에 따라서는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수조사와 함께 관리체계 강화도 추진한다.
지자체 보조금도 부처에 책임을 둬 관리한다. 국고보조금법도 사업금액 10억 원 이하 회계감사 면제와 3억 원 이하 정산보고서 외부검증 면제 규정을 수정하고, 사업 중간점검 및 현장조사를 의무화시킨다.
부처 국고보조금을 관리하는 ‘e나라도움’에 대해선 공개되고 있는 상위사업자 사업 내역에 더해 상위사업자가 사업을 나눈 2~3차 하위사업자의 내역도 조회할 수 있도록 한다. 지자체 보조금은 내년 말까지 지방보조금 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보조금 액수가 늘어난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지만 증가 속도에 비해 관리 시스템이 적절히 마련되지 못했다”며 “관리하는 공무원들의 의식도 부족했다. 중앙정부의 방임과 지방정부의 방기, 포퓰리즘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노동조합의 회계투명성 제고 필요성을 제기하며 회계공시 시스템 구축을 지시한 바 있다. 거기에 시민단체도 보조금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결사의 자유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사회 모든 부문의 회계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노조, 시민단체, 기업 모든 부문의 회계투명성이 제고돼야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가 높아지고 성장의 기틀이 된다”며 “이게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시민단체들이 더 신뢰받고 떳떳하게 행동하려면 보조금 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기부금 등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