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치솟은 에너지 가격에 에너지기업 호재
세계적 긴축, 경기침체 우려에 빅테크 종목 폭락
올해 미국 증시가 좋았던 해는 아니다.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약 20% 폭락했고, 올해 마지막 거래일 전날인 29일(현지시간)도 기적적인 회복은 없었다. 그럼에도 최고 성적을 거둔 주식은 있다고 이날 CNN방송이 보도했다.
올해 미국 증시의 승자는 에너지 분야다. 에너지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6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S&P500지수에 포함된 다른 분야를 크게 앞질렀다. 다른 분야 수익률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에너지 분야를 승자로 이끈 건 올 한 해 잔인할 만큼 치솟았던 유가와 가스 가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소비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에너지 가격이 사업자들에겐 호재가 됐다.
미국 정유 회사인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은 올해 122% 상승하며 S&P500지수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주가 수익률 2, 3위도 에너지 기업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헤스로 각각 109%, 94% 수익률을 기록했다.
매러선페트롤리엄, 엑손, 슐럼버거, APA 등 상위 10위에 든 다른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도 70~80% 이상 상승했다.
국제에너지기구(IAEA)는 올해 전 세계 석유‧가스 생산업체 순이익이 사상 최대인 4조 달러(약 50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몇 주 새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 몇 년보다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반면 빅테크는 올해 최악의 성적을 거둔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저금리, 낮은 인플레이션에 힘입어 탄탄대로를 걸어왔지만, 올해 기준금리가 오르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악몽 같은 한 해를 보냈다고 CNN은 평가했다.
S&P500지수 빅테크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약 4조 달러 증발했는데, S&P500지수에서 실적이 가장 나빴던 10개 종목에서만 약 1조6000억 달러 시총이 사라졌다.
에너지 기술 솔루션 기업 제네락홀딩스(GNRC)는 주가는 올해 들어 74% 하락하며 S&P500지수에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종목에 올랐다. 최악의 실적 2위에 오른 데이트 앱 매치그룹도 70%나 떨어졌다.
올해 초 S&P500지수에서 5번째로 높은 시장가치를 자랑하던 테슬라도 올해 들어 약 70% 하락하며 최악의 성적 3위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전반적인 실적 전망 악화에 더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를 둘러싼 ‘오너 리스크’로 주가 폭락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국시장에 이어 최근 미국시장에서도 일부 모델에 할인가를 적용하자 이를 수요 둔화로 해석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우기도 했다. 게다가 폭스바겐, 비야디(BYD) 등 경쟁사들의 성장세에 테슬라의 입지가 좁혀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주당 330달러에서 250달러로 낮췄다.
메타도 65% 폭락하며 최악의 성적 6위에 올랐고, 다른 빅테크 기업들보다 회복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 주가도 31%나 떨어졌다.
월가는 내년 반등을 기대하지만,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진다면 투자자들은 더 긴 시간을 견뎌야 할 수도 있다고 CNN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