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활황기를 보내며 제2 벤처붐을 맞이한 스타트업·벤처업계(이하 벤처업계)는 올해 고금리 등 경기 불확실성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돈줄이 막힌 벤처업계는 감원, 매각 등 구조조정과 몸값 낮춘 투자 유치 등으로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제2 벤처붐은 올해 2분기부터 빠르게 얼어붙었다. 중기부가 발표한 ‘2022년 3분기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을 보면 올해 3분기(7~9월) 벤처투자 규모는 1조25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8388억 원) 가량 줄었다. 1분기 2조2000억 원대였던 투자 규모가 2분기(1조9111억 원) 2조 원을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3분기엔 1조 원 규모까지 급감했다. 1분기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복합적인 경제 리스크로 벤처투자 심리가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시장에선 정부가 모태펀드 예산 규모를 줄인 게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VC(벤처캐피탈) 등으로 구성된 투자조합에 출자를 하고, 이를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기부의 올해 모태펀드 예산은 5200억 원이었다. 그러나 내년 예산 규모는 3135억 원으로 올해보다 40%가까이 감소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70% 이상 급감한 수치다. 모태펀드가 사실상 제1, 제2 벤처붐을 이끌면서 벤처투자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했는데 해당 예산을 줄인 게 시장의 심리적 위축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이는 새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내놓은 '완결형 벤처생태계'와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많았다. 지난달 첫 민간주도 행사로 열린 스타트업계 최대 규모 축제 '컴업2022' 현장에서도 스타트업들은 투자 혹한기 진입에 하루하루 버티기가 어렵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정부는 경기 불황으로 벤처투자 시장의 돈줄이 막힐 것을 감안해 최근 역동적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민간 벤처모펀드를 조성하고, 글로벌 자본 유치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정부 모태펀드가 해외 벤처캐피탈과 함께 조성하고 있는 글로벌펀드를 내년까지 누적 8조 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작년 말 기준 누적액(4조9000억 원)대비 2배 가까운 수준이다. 또 미국 중심에서 중동, 유럽 등으로 조성 범위를 넓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영역도 확장한다.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허용 대상에 액셀러레이터를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시장 위축은 내년 상반기까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분간 벤처업계에선 일부 벤처기업에만 자금줄이 닿는 옥석가리기로 혹독한 시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에선 정부가 민간주도 투자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금융 지원 등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최근 발표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점검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벤처기업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정책금융의 경기역행적 운영 △벤처기업에 대한 무담보 대출 공급 확대 등을 제시했다.